겸손한 오바마와 깨끗한 메케인의 패배 승복

2008-11-18      기자
전 세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데 대해 큰 관심을 쏟았다. 143년전 이었다면 오바마는 어느 백인 농장주의 노예로 묶여 헛간에서 잠자며 농장일로 온몸이 흙투성이었을 때 였다. 그의 당선은 흥미를 끌만도 하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오바마의 대선 승리 못지않게 그의 겸손한 당선 소감과 메케인의 깨끗한 패배 승복 연설에 더 감동을 받았다. 승자인 오바마는 오만하지 않았고 겸손하였으며 패자인 메케인은 유보없이 패배를 승복하며 협력을 다짐하였다는데서 그렇다.

오바마는 미국 현지 시간 11월5일 자신의 정치 지역구인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당선 자축 연설에 나섰다. 그는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 가파르다”고 밝혀 자신의 당선으로 모든게 해결될 수 없음을 환기시켰다. 그는 “특히 국민들과 의견이 상충될 때 여러분의 의견을 경청하겠으며 무엇 보다도 여러분이 우리나라를 재건하는데 동참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호소하였다.

오바마의 시카고 연설에는 승리에 들뜬 승자의 오만함은 전혀 배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자신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면서 겸허히 국민의 질책을 받아들이겠다고 자세를 낮추었다. 겸양하기 그지없는 대통령 당선자의 첫 인사 였다. 1961년 출생의 젊은 나이이지만 우리나라의 386세대 같지않은 원숙되고 인간으로서 기본이 갖춰진 말이었다.

한편 메케인은 같은 날 그의 정치 고향 아리조나 주 휘닉스에서 패배 인정 연설을 하였다. 그는 정적(政敵) 오바마의 당선에 축하를 보낸다면서 오바마의 “능력과 인내력을 존경 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오바마가 선거에 관심이 없었던 수백만명의 미국인(흑인)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데 성공하였다는데서 “깊은 찬사를 보낸다”고 덧붙이기도 하였다.

그는 또 “이번 선거는 아프리칸-아메리칸 (흑인)에게 크나큰 의미를 부여한다.”며 “아프리칸-아메리칸은 특별히 자랑스럽게 여길만한 선거”였다고 지적 하였다.

이어 그는 “나를 지지하였던 모든 미국인들과 함께 오바마 당선인에게 축하를 드린다”면서 “오바마에게 우리들의 진정한 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밖에도 그는 “오늘 저녁 내가 (대선 패배의)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내일부터 우리는 그 좌절을 넘어 우리의 조국이 다시 전진하도록 다 함께 손잡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좌절과 분노 대신 오바마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메케인의 휘닉스 연설에는 자신을 벼랑끝으로 밀어낸 정적에 대한 원망과 증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리어 적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명하였고 온 국민들이 오바마에게 충성하기를 촉구하였다. 저렇게 도량이 바다 처럼 넓고 공명정대한 매케인의 연설을 접하며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못한게 아쉽기만 하였다.

미국은 1789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자유민주 국가를 건설한 이래 구테타 한번 없었고 여야간의 난투극 없이 국민을 위해 서로 협력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꽃피어왔다. 그 비결은 메케인 같은 깨끗한 패배 승복과 정적에 대한 존경심 표출 정신에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얼마전 어느 야당 의원이 작년 대선과 관련하여 “이명박”이 “국민 사기극으로 정권을 잡았다”고 막말하였다. 깨끗한 승복 대신 더러운 불복이었다. 대선이 끝난지 9개월이 지나는데도 패자들은 승자에 대한 축하 대신 계속 물고뜯기만 한다.

한국의 의회 민주주의는 유치하고 추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메케인의 승자에 대한 존경심 표출과 정적을 지지해달라는 진솔한 호소는 더욱 돋보였고 아름다워 보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