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矛盾)이 범람한 사회
2008-09-02 기자
일본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뜻의 ‘아마쿠다리’가 있고 미국에는 ‘회전문(revolving door)인사’ 라는게 있다고 한다. 이 회전문 인사는 공직과 기업을 오가는 정치인들을 일컫는 것으로 공직자가 전에 몸담았던 부처와 관련 있는 이익집단의 로비스트가 됨을 뜻한다.
최근 여의도와 일부 시민단체에는 낙하산 인사 문제로 시비가 치열했다. 정부가 정연주 KBS 사장을 몰아낸 것이 정권 입맛에 맞는 방송장악용 낙하산 인사를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병순 새 사장 임명으로 지난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정리하고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정부 평가를 전혀 긍정 안 한다. 차기 사장으로 유력시 되던 모 인사가 공모를 포기하면서 낙하산 논란을 해소시킨 효과도 일절 인정치 않았다.
하긴 청와대가 나서서 유관 인사들과 사전 회합을 갖거나, KBS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유력 후보를 거명한 것이나, 이사회를 들러리 세운 오해를 피하기 어려운 정황이 있긴 했다. 그렇긴 해도 공영방송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정권적 고려는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 솔직히 정권의 낙하산 인사 치고 정연주씨 만큼 노골적이고 도전적이었던 케이스가 또 없었지 싶다.
그는 방송과의 연관성은 눈 씻고 찾아도 없을 뿐더러 말을 자주 바꿔 여론의 비난을 받은 사람이다. 임명 백지화를 요구하는 KBS 직원들의 출근 저지선을 피해 건물 지하 주차장 출구를 역주행해서 첫 출근하는 꼴불견은 영락없는 기네스북 감이었다. 노무현 권력이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찾을 만 했다. 여당 한다는 민주당 국회의원들 꿀 먹은 벙어리 신세였다.
그랬던 사람들이 정연주 전 사장의 남은 임기 1년 4개월을 대신할 이병순 사장을 아주 당당하게 낙하산인사로 몰아붙인다. 모든 비난 받을 일이 내가 한건 ‘로맨스’고 네가 하는 건 ‘불륜’ 이라는 태도다. 이런 모순(矛盾)을 스스로 느끼기조차 못하는 뻔뻔함이 절망스럽다. 이병순 KBS 신임 사장의 프로필이 극도로 단순하다는 것은 야권도 잘 아는 내용이다. 그는 1977년 KBS 기자로 입사해서 30년 넘게 ‘KBS 맨’으로만 성장해온 사람이다.
혹 알게 모르게 청와대 입김이 작용 됐어도 공개적으로 ‘낙하산 인사’라고 문제제기를 하기에는 정치색이 전무하다. KBS 내부평가 마저 상당히 긍정적이다. 역대 정권이 행했던 낙하산 인사의 성격이 이만만 했으면 국가위해 그만한 다행이 없었을 것이다.
그 만큼 한국의 새 정권은 정부조직 단체 및 공기업 인사를 전리품 쪼개 나누듯 했었다.
그래놓고 정치적 입장이 바뀌면 긍정하고 부정하는 모든 생각 자체가 거꾸로 간다. 우리 정치가 불신 받는 이유가 더 장황하게 설명될 필요 없는 대목이다. 나라 안 정치권이 자가당착에 빠져 모순이 범람하는 사회는 가치관의 심각한 혼란에 휩싸인다. 그러면 정치권이 앞장서서 국민을 불안케 하는 결과다.
10년 만에 야당 된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의 급격했던 국민 지지율 하락 국면을 한 점 민주당 지지세로 돌려놓지 못한 까닭이 따로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