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선택할 때다

2008-05-14      기자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공천헌금과 관련한 긴박했던 검찰수사가 법원의 김순애씨(친박연대 비례대표1번 양정례 당선자 모친) 구속영장 기각으로 잠시 느슨했었다. 그 사이 주춤했던 ‘한나라당 복당론’이 다시 여권 정국의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박근혜 전 대표의 채근이 결단 시사로 이어졌다. 이런 박근혜를 주목하는 국민들 눈빛이 좀은 혼란스러워 하는 눈치다. 과거 이 땅 여론은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정치적 기반을 잡았다는 비판론에 더 많이 가세했었다.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런 것이 ‘차떼기정당’, ‘탄핵역풍’으로 한나라당이 거의 무너질 때 보여준 강한 리더십이 박근혜를 국민이 재평가토록 한 것이다.

재 보궐선거에 백 퍼센트 완승 진기록이 나왔다. 대통령 후보 당내 경선 때에도 원래의 규칙을 지킬 것을 종용했지만, 당이 시끄러워지자 양보하는 아량을 보였다. 패배를 감수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자연히 국민들 가슴속에 우리 최초의 여자 대통령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늘어갔다. 원칙을 너무 엄격히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오히려 원칙 틀에 갇혀 버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하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원칙을 지키는 모습은 아름답지만 그것이 단지 원칙을 위한 원칙이라면 그런 굴레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넓힌바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 복당론에 대한 국민 생각이 상당히 복잡한 것 같다. 공천에 떨어진 사람들이 다시 복당한다는 그 자체는 집권여당의 권위를 스스로 짓밟아 ‘밀실공천’의 작태를 만천하에 고백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난무한다. 반면 억울한 낙천을 유권자들이 이미 심판했으니 무조건 복당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다. 이도 저도 아니면 박근혜가 탈당해서 독립하면 된다는 투로 여론은 분분하다.

성격 차가 심하고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한 솥밥을 먹다보면 깨지는 소리, 끓는 소리를 달며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갈라 살지 못하는 것은 찢어져 작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때문이다. 이는 박 전 대표의 탈당해서 살아 돌아온 자파 당선자들에 대한 강한 복당 요구를 일축한 한나라당 주류의 만용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또 박근혜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친박은 당내에 있든 당 외에 있든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 분란한 대오를 유지 할 것이라는 이유다. 즉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의 파워를 알기에 따를 수밖에 없고 당 밖에서는 멀잖아 복당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잘못하다간 박근혜 없는 소수정파로 전락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들 친박의원들의 일사 분란을 이끈다는 논리다.

박 전 대표로서는 지금 의리 있는 보스의 효과도 중요한 시점이고, 탈당의 명분 쌓기로도 아주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는 것 같다. 고민이 클 것이다. 그래서 한마디 조언하자면 그가 복당 못하는 자파 당선자들에게 온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싶고, 정치적 의리를 지키고 싶다면 탈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뜻 맞는 사람들과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모두를 감싸 안고 다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의리도 지키고 원칙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