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 토로 “나는 속았다…귀국 후회한다”

2005-07-13     이석 
“나는 또 속았다!”지난 6월14일 5년간의 해외유랑생활을 끝내고 법의 심판을 받기 위해 귀국길에 오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그러나 그는 지금 귀국을 후회하고 있다. 한 대우그룹 전직 임원은 “김 전 회장이 강도 높은 검찰수사에 적지 않게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김 회장의 이같은 발언 이면에는 귀국을 주도한 측근들에 대한 원망도 일정 부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김 전 회장이 귀국할 때 자신이 기대한 것과는 크게 달라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지금까지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왔던 것과는 다르게 누군가 ‘사탕발림’을 통해 그의 귀국을 유도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의미여서 주목된다. 당시 김 전 회장이나 측근들은 “김 전 회장은 귀국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스스로 귀국을 선택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임원은 “귀국에 관여했던 측근들에 대해서…”라는 말로 김 전 회장의 귀국 이면에 모종의 사정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김 전 회장은 왜 귀국을 후회하는 것일까.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은 일단 예상과 다른 강도 높은 검찰수사에 당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김 전 회장의 경우 그동안 활발하게 거론되던 사면설까지 수면 아래로 들어간 터라 이에 대한 실망감이 더한 것으로 측근들은 내다보고 있다. 반면 일부의 생각은 다르다. 김 전 회장의 발언 이면에는 서둘러 귀국 분위기를 조성한 측근들에 대한 원망이 내포돼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 전직 대우그룹 임원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김 회장이 옥중에서 ‘당했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는 김 회장의 귀국을 주도한 측근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6월 언론에 보도된 김종률 열린우리당 의원과 김 전 회장의 ‘베트남 회동’도 치밀한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귀띔한다. 귀국을 앞두고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김 회장의 측근이 일부러 정보를 흘렸다는 것이다. 실제 김 전 회장이 귀국하기 전만 해도 여론은 김 전 회장에게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언론에서도 김 전 회장의 사면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의원이 여권의 밀명을 받고 김 전 회장을 만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이해찬 총리의 측근인 김 의원이 이 총리의 밀명을 받아 김 전 회장과 귀국 일정을 조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대권주자 중 한명인 이 총리가 활용가능성이 많은 김 전 회장과 모종의 밀약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르다. 한 전직 대우그룹 임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김 의원의 베트남 회동은 김 전 회장의 베트남 측근의 제의로 이뤄졌다. 재경위 해외순방차 베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의 측근이 사정을 해와 어쩔 수 없이 만났다는 것이다. 김종률 의원측도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김종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원은 당시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의 부탁으로 만나 하소연을 들어준 것밖에 없다.

이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밀약설’ ‘귀국 조율설’ 등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순방길에는 최경환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도 3명이나 포함돼 있었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김 의원이) 이해찬 총리의 밀명을 받고 김 전 회장을 만났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김 의원측은 현재 김 전 회장측에서 두 사람의 회동 사실을 국내 언론에 흘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김 전 회장과 만날 당시 측근들에게 관련 사실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했다”면서 “김 전 회장측이 우호적인 여론 조성을 위해 정보를 흘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전 회장이 측근들을 통해 “당했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사정을 모르고 들어왔다가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자 원망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률 대리인인 김&장 법률사무소와의 ‘불화설’도 새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은 귀국을 앞두고 김&장을 통해 재벌총수로서의 ‘예우 문제’와 8·15 사면 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랬던 김 전 회장이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수사를 받자 ‘화살’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우일 전 대우그룹구조조정본부장은 “김 회장의 귀국 전략은 누가 봐도 실수다. 하필 이때인지 모르겠다”면서 “5년의 임기 중 가장 힘든 때에 김 회장이 들어온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 회장의 귀국을 자문해준 측근들이 실수를 한 것 같다”면서 “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옥중에서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전 본부장은 김 전 회장이 최근 서울구치소로 면회온 3남 선용(30)씨의 얼굴을 보자마자 돌려보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되고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이런 모습 보이기 싫다. 앞으로 날 찾지말라”는 말을 남기로 자신의 독방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김 전 회장의 불편한 심기가 녹아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대변인격인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김 전 회장은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검찰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 “귀국을 후회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KTF ‘괴문자’의 정체는(?)

KTF 사용자를 중심으로 정체 모를 문자 메시지가 잇따라 수신돼 회사측이 자체조사를 진행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사용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이 메시지의 증상은 컴퓨터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무심결에 메시지를 열었다가는 휴대폰이 먹통이 된다. 전화 통화는 물론이고, 무선인터넷도 사용이 불가능하다. KTF측은 그동안 문제가 된 메시지의 원인 규명을 위해 자체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항의도 빗발쳐 회사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얼마전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무심결에 ‘확인’ 버튼을 눌렀는데 아무런 내용도 적혀있지 않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씨는 휴대폰의 오류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통화를 하려고 할 때마다 휴대폰이 자동으로 꺼져버리는 것. 게임을 다운받기 위해 무선인터넷에 접속해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린 것처럼 휴대폰이 꺼졌다 켜지는 리셋 증상이 반복됐다. 참다못한 이씨는 KTF A/S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A/S센터에서도 “원인을 모르겠다”며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이씨는 “나중에 알고보니 바이러스성 문자메시지가 문제였다”면서 “메시지를 삭제하자 휴대폰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최근 들어 정체모를 바이러스성 문자메시지로 인해 사용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증상은 비슷하다. 아무 내용도 없는 빈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휴대폰에 이상이 발생한다는 게 소비자들의 한 목소리다. 실제 KTF의 A/S센터에는 현재 바이러스성 증상을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KTF 관계자는 “이 문자메시지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용자가 6천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면서 “현재 문제 해결을 위한 원인을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KTF와 LG전자간 묘한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KTF측은 “이같은 증상이 KTF를 이용하는 LG전자 휴대폰에서 주로 나타나는 점으로 미뤄, 일부 최신 모델의 호환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LG전자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문제보다는 KTF의 서비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문제의 증상은 LG전자의 휴대폰뿐 아니라 KTF의 에버 모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휴대폰보다는 KTF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물론 현재는 양사의 오해가 어느 정도 풀린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양사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사 관계자들은 “문제의 문자메시지가 수신될 경우 절대로 다른 작업을 하면 안된다”면서 “일단 휴대폰을 껐다 켠 후에 바로 이 메시지를 삭제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자 양사는 A/S센터에 관련 지침을 시달했다. LG전자의 한 A/S센터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바이러스성 문자메시지를 주의하라는 공문을 최근 받았다”면서 “현재 대책회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KTF A/S센터 관계자도 “관련 공문을 받았다”면서 “본사에서 멀티미디어메시지(MMS)를 테스트 차원에서 보냈는데 문제가 된 것 같다. 본사 차원에서 원인 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정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