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의 양화구축?、 윤회법칙?

2007-05-03      
올 12월의 대선날짜가 하루하루 꼬박꼬박 다가오면서 정치판에 예비 대선후보와 관련한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모든 루머가 진원지 없이 자연 발생하는 것은 한 가지도 있을 수 없다. 음험한 목표를 세우고 치밀하게 주도하는 세력이 다분히 있을 줄 안다.

선거 때마다 루머가 활개쳐, 대통령선거에까지 상대후보 득표 전략에 이용돼왔던 기억이 우리에게 뚜렷하다. 턱없는 루머에 휘말려 대선승리의 문전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던 안타까운 곡절도 이 땅 역사에 낱낱이 남아 있다. 이렇게 루머를 작업해내서 선거에 이길 수 있었던 달짝지근한 유혹이 오늘의 정치권에 향수처럼 다가선 모양이다. 심지어 택시기사들을 동원한 ‘루머 홍보단’까지 만들어 시중소문을 퍼뜨린다는 말이 들리고, 또 때로는 언론에 상대후보와 관련된 루머를 흘려 넣어 ‘설(舌)’로서의 기사화를 획책한다는 소리도 있다.

정치권이 이 구전(口傳)의 위력에 매료돼 있는한 각 대선예비후보와 관련한 ‘루머기획’은 앞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확실하다. 진원지 파악이 쉽지 않은 인터넷 헛점을 노린 루머 퍼뜨리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고 계속 큰 몫을 할 것이다. 루머내용이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것이 많지만 아주 그럴싸해 보이는 내용도 있다.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가운데 얼마든지 루머가 진실처럼 될 수가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진실이 루머인양 가려질 수 또한 있을 만할 일이다. 때문에 선거 앞둔 각 정당은 예비 대선후보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옳게 유권자들한테 제공할 임무가 있다. 검증은 언론과 국민 몫이라고 미룰 문제가 못된다. 진실과 루머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능력 있는 후보가 오해받아 낙선할 수 있다. 국익차원의 손실문제도 그렇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회 반역현상이 세상을 끝없이 우롱 한다는 점이 가소롭고 두렵다.

보복은 또 새로운 보복을 잉태하고 관용은 또 새로운 관용을 잉태하는 것을 윤회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내가 상대에게 한을 심으면 상대 또한 나를 겨냥해 한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 인과응보적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용서하고 관용을 베풀 때 또 다른 관용을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사회의 인지상정적 가치임에 분명하다. 모든 선거도 사람이 다 하는 짓이다. 상대후보를 낯 뜨겁게 음해하는 루머를 유포시키면 상대는 나에 대한 더욱 철저하고 강한 루머로 대응코자 할 것은 거의 틀림없는 일이다. 그래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흑색루머를 앞세우는 비방전에는 급기야 우리 유권자들이 신물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 4·25 보궐선거의 한나라당 참패 결과가 이와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빚어내는 李, 朴싸움이 오죽했는가. “두 사람 있는 곳이 같은 한나라당 맞아?”하는 푸념의 소리가 쏟아진 지경이다. 이번 보선에서도 만약 한나라당이 보궐선거 불패신화를 이루었다면 우린 다함께 배알 없는 국민 소리를 들어야 마땅했을 것이다.

국민은 이제 악화의 양화 구축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태세이다. 또 선거 앞둔 루머가 새로운 루머를 잉태하는 윤회 법칙이 제발 바르게 뒤집어지기를 기도하는 마음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