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정신 나간 소리'

2006-08-03      
노무현 대통령의 7월 25일 국무회의 발언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한 때 외교 수장을 지낸 한 노 신사는 “한 마디로 정신 나간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의 7·25 발언이 “정신 나간 소리”라는 말을 듣게 된데는 그럴만한 연유가 있다. 외교적인 망발이었고, 북한에 대한 비위맞추기였으며, 국회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였다. 뿐만 아니라 장관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틀 전 국민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은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미국 때리기 발언을 감싸고 나섰다. 이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과 관련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것”이라고 엉뚱하게도 미국에 책임을 떠넘겼다. 제일 많이 실패한 것은 북한에 마구 퍼주며 비위맞춰주면서도 미사일 발사를 막지 못한 노 대통령과 남북관계 주무 장관인 이종석씨 자신이다. 어처구니 없는 책임전가였다. 여기에 집권여당의 최재천 의원조차도 국회 질의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말장난”이라고 나무랐다이처럼 이 장관의 미국 때리기가 여당내에서조차 심한 지탄의 대상이 되었는데도, 노 대통령은 7·25 발언을 통해 이 장관을 적극 옹호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 장관이 “미국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 본다고 말 하면 안되느냐”, “미국의 오류에 대해 한국은 일절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고 반문했다. 이 장관의 말이 자신의 의중을 충실히 따른 것이란 말이었고, 반미적 ‘자주 외교’ 잘한다는 격려로 들렸다. 노 대통령은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 조치를 ‘오류’이고 “성공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 했다. 그는 미국의 대처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 대신 핀잔을 주고 나섰다. 미국인들에게는 배은망덕한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외교적 망발이었다.더욱이 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7발이나 무더기로 실험 발사했는데도, 6일 동안이나 엄중 항의 한 마다 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고작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고 공손히 대했다. 그는 ‘미국의 오류”에 대해선 맞서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하면서도, 북한의 ‘오류’에 대해서는 쓴 소리 한마디 못했다.도리어 노 대통령은 7·25 발언을 통해 “지금 우리가 북한의 목을 졸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장관들은 그러면 북한 목조르기라도 하자는 말씀입니까”고 반문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가 북한 목조르기 수단으로 대북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는데도, 북한 목조르기를 반대한다고 한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 보다는 김정일의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노 대통령은 그밖에도 “미국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한국의 각료들은 국회에 가서 혼이 나야 되는 거냐”고 반박했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과 기능에 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국회를 행정부의 시녀로 착각한 모양이다. 노 대통령의 “정신 나간 소리”에 크게 실망한 국민들은 그를 해임코자 탄핵을 주도했던 조순형씨를 7·26 재·보걸 선거에서 다시 국회로 보냈다. 또 다시 탄핵이 필요함을 반영한 민심의 표출이 아닌가 한다.노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어떻게 답변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고 훈계했다. 장관을 단순히 졸로 여기는 오만함을 드러낸 것이다. 장관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노 대통령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정신 나간 소리’하지 않도록 신중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