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들 ~ 도의원이 술먹고 벤츠로…”
2005-06-08 이수향
이후에도 벤츠는 30m 정도를 더 나아가 한 옷가게 안으로 돌진한 후에서야 간신히 멈춰섰다. 이는 평온한 주말저녁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곳은 그 지역내에서 그나마 인구이동이 가장 많은 ‘시내’에 속하는 곳으로 사고당시 너무 많은 주민들이 몰려나와 그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것. 느닷없는 사고로 길을 걸어가다 차에 치인 김모(54)씨를 비롯한 주민 3명은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놀라운 것은 음주운전 당사자가 도의원이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사고당시 안의원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38%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사고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 공익에 앞장서고 모범을 보여야 할 도의원이 초저녁부터 술에 취해 음주운전을 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경남도민들은 이번 안의원의 음주운전을 절대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상남도 의회 게시판에는 ‘지역 망신’이라며 안 의원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비난하는 게시물이 연신 올라오고 있다.무엇보다 이번 사고로 구설수에 오른 것은 안의원이 타고 다닌 것으로 드러난 벤츠차량이다. 게시판에는 ‘한낱 도의원이 벤츠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얼마나 돈자랑하고 싶었으면 술마시고 벤츠를 운전했겠는가’라며 비아냥거리는 글들로 도배되어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른 도의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일부는 ‘도의원만 돼도 벤츠 몰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꼴이란…’, ‘돈만 있으면 개나 소나 다 하는게 도의원’이라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인식한 듯 몇몇 의원은 “나는 돈이 없어서 그런 차 꿈도 못꾼다”며 정색을 하기도 했다.
# 경상남도 의원들 무슨 ‘차’ 타나
이번 사건으로 단연 주목을 받은 것은 안의원의 ‘벤츠’였다. 2일 오전 차종을 묻는 질문에 많은 의원들은 ‘이유’를 물으며 당황해하는 기색들이 역력했다. 확인결과 경남도의원들 중 그렌져 XG나 다이너스티 이상급의 고급차량을 모는 의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안의원의 경우처럼 고가의 외제차량을 타고 다니는 도의원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 일부 사람들의 우려는 ‘다행히도(?)’ 빗나간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유독 몇몇 ‘소신파’ 의원들이 눈길을 끌었다. 주행거리 35만km가 넘은 카렌스를 타고 있는 정양해 의원, 17만km가 넘은 크레도스를 10년째 타고 다니는 김문수 의원, 역시 연식이 오래된 옵티마를 타고 다니는 옥반혁 의원, 구형 포텐샤를 타고 다니는 박판도 의원 등이다. 또 가족이 쓰는 차량을 가끔 빌려 타는 실속파 의원들도 있는데 아들의 SM5를 빌려쓰는 이교희 의원, 부인의 소나타를 이용하는 진두성 의원 등이 있다. 특히 백신중 의원은 “구형 소나타와 91년식 르망 두 대를 번갈아 이용하고 있는데 기가 막히게 잘 굴러간다”며 자랑했다. 한편 남기철, 하정만, 박영일 의원 등은 차량을 아예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안영대 의원 인터뷰, “지난 일인데 자꾸 들추지 말아달라”
이번에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안영대 의원은 무척 곤혹스런 목소리였다. 1일 통화에서 안의원은 “모든 잘못을 인정하지만 일부 언론의 뺑소니 혐의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 이번 사건이 일어나게된 경위는.▲저녁식사겸 반주를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 주종은 무엇이었으며 얼마나 마셨나.▲소주를 마셨으며, 몇 잔 마셨는지는 잘 모르겠다.
- 혈중알코올농도 0.138%의 만취상태라던데.▲만취상태는 아니었지만 수치는 인정한다.
- 도의원이 벤츠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두고 말이 많은데.▲내 차가 아니다. 렌터카다.- 그렇다면 본인의 차종은.▲없다. 그냥 렌터카를 몰고 다닌다.
- 이번 사고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가.▲반성하고 있다.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나.
- 하고 싶은 말은.▲음주사고는 시인하지만 일부 언론에 나온 것처럼 ‘뺑소니’는 절대 아니다. 지난 일인데 자꾸 들추지 말아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