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과 손등의 싸움
2004-08-18
그 좋은 예가 지난 문민정부 때의 개혁성과로 꼽고 있는 금융실명제일 것이다.정부가 금융거래실명주의가 시대적 과제임을 역설하고 개혁의 기치를 드높이자 국민은 보수와 진보를 가릴 것 없이 90%이상의 적극적인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는 긍정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개혁은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싸움질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만약 오늘이라도 이 같은 금융실명제를 다시 뜯어 고쳐 확실한 금융투명제를 마련하자는 개혁안이 나온다고 해서 국민이 그걸 놓고 대립하지 않을 것이다.왜냐하면 국민이 환호했던 금융실명제가 실시된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대통령측근 비리를 시원하게 밝히지 못했고, 정치금융 · 관제금융이 여전히 횡횡했던 점, 또 수십조원의 가명예금 차명계좌가 존재하는 등 숱한 허구성이 국민을 식상하게 만든지가 오래다.돈 세탁방지법 하나로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민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더욱 뚜렷해진다.전리품을 개혁성과라면 소가 웃을 일
다들 사회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고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알고들 있지만 그것이 난국을 수습하고 화합할 수 있는 목표가 돼야지 인위적인 지배계급 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다.역학 논리로 지배계급을 바꾸자는 것은 곧바로 보수세력과의 한판 승부를 가리겠다는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다.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 설사 승부를 내고 이겼다 해도 그렇게 전쟁 끝에 얻은 전리품을 개혁성과로 내세워서는 소가 웃을 일이다.그래서 진보와 보수로 선을 긋고 쪼개져 이미 선혈이 낭자해진 싸움판을 빨리 걷어치우고 손등과 손바닥 관계를 회복하라는 게다.그렇지 않고서는 어느 쪽도 옳은 민심을 얻지 못한다. 그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상생정치가 따로 있나. 모름지기 위정세력이 국민을 위한(for the people), 국민의(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by the people)정치라는 민주주의 기본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선명하면 상생정치는 하기 싫어도 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