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5공비리 진행중? 전경환, ‘7억 사기’ 뺑소니

2005-05-31     김정욱 
“또 전경환?” ‘전두환 일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다음으로 언론에 자주 등장했던 전경환씨가 또 언론에 등장했다. 전씨가 이번에 언론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사기사건 때문이다. 전씨는 “외자유치를 도와 주겠다”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억대의 돈을 받은 뒤 잠적했다. 전씨가 외자유치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종적을 감추자 돈을 준 사람은 전씨를 검찰에 고소했다.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63)씨가 사기행각을 벌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검찰은 “전씨가 7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 됐다”고 지난 5월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A종합건설 대표 장모(47)씨에게 지난 해 4월 접근해 아파트 건설사업에 필요한 외자유치를 도와주겠다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6억원을 받았다. 장씨는 지난 해 9월 전씨에게 1억원을 추가로 더 줬다.

잠적해버려 기소중지 상태

전씨는 장씨에게 총 7억원의 돈을 받은 후 1억달러(한화 1,000억원) 외자유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난 해 추석 이후 종적을 감추며 전화연락도 되지 않았다. 이에 사기를 당했다고 판단한 장씨는 지난 해 12월 전씨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전씨는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았으나 이에 응하지 않아 현재 기소중지된 상태다. 검찰관계자는 “전씨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지난 2월 25일 기소중지 조치를 취했다”며 “현재 전씨는 국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택지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장씨에게 지난해 4월 접근한 전씨는 엄청난 비자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전씨가 전직 대통령의 동생이고 액면가 1억달러짜리 미국 재무성 채권과 1만원권 구권 다발 등을 보여줘 그의 말을 믿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장씨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1조원대의 해외 차명계좌를 담보로 지급보증을 서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전씨가 외자유치를 미끼로 7억원의 돈을 가로채자 장씨는 그를 잡기 위해 중앙일간지에 ‘전경환 현상수배’ 광고를 내기 까지 했다. 전씨의 이 같은 사기 행각이 알려지자 ‘또 전경환’이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일간지에 ‘현상수배’광고망신

전씨는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지난 2003년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 추적’이 본격화 되면서 수백억원대의 차명계좌와 해외채권 보유 의혹을 받던 전씨는 돌연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전씨는 필리핀에서 위조된 미국 채권을 밀거래하다 일당과 함께 필리핀 수사당국에 체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이에 앞서 지난 1998년에는 S씨에게 빌린 돈 10억원을 갚지 않은 적도 있다. 전씨와 S씨는 체육계 모임을 통해 알게된 사이다. 전씨는 S씨에게 “타인의 명의로 된 160억원의 재산과 시티은행이 발행한 미국 양도성예금증서(CD)를 갖고 있다”며 “이를 담보로 일본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갚겠으니 10억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전씨는 10억원을 빌렸으나 이를 갚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00년 5월 법원은 전씨에게 “배상금을 합쳐 S씨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5공비리 대표적 인물, 지목되기도

전씨는 ‘5공 비리’의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다. 5공화국 기간 동안 새마을운동중앙본부 사무총장과 회장 등 요직을 지낸 전씨는 각종 비리에 연루됐다. 지난 1988년 검찰은 전씨를 73억원 횡령, 새마을신문사 10억원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전씨는 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지만 2년 10개월만 복역한 뒤 가석방됐다. 전씨는 복역기간에도 새마을신문사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었다. 복역 당시인 지난 1991년 신문사 소유의 서울 가양동 대지 1만2천평이 주택공사에 수용되면서 56억7천만원의 배당소득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