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의 참 뜻 왜곡 말아야
2005-12-20
이 나라 대통령으로부터 일반 국민들에 이르기까지 보수와 진보의 참 뜻이 왜곡되고 있어 혼란스럽다. 보수주의는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한다. 개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국가권력의 경제활동 규제를 극소화한다. 국가에 의한 평등 배분 보다는 각자의 치열한 경쟁을 통한 총체적 국부 상승을 도모한다. 급진 보다는 안정적 변혁을 도모한다.보수주의는 대외관계에 있어서 주적에 대해 가차없는 강경책을 취한다. 미국의 공화당과 영국 보수당이 그에 속한다. 보수주의가 극단적으로 경쟁만 강조하게 되면, 약육강식의 적자생존 투쟁상태로 빠질 수 있다.이에 반해 진보주의는 보수주의의 시장경쟁 극대화 정책이 낙오자를 빚어낸다는데서 자유경쟁을 규제코자 한다. 진보주의는 소외된 계층을 구제하기 위해선 부의 평등 배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안정 보다는 급진적 개혁을 추구하기도 한다.진보주의는 대외관계에서 주적에 대해 미온적이며 유화적 접근 경향을 띤다. 미국 민주당과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노선 국가들이 그에 속한다. 진보주의가 과격해지면, 공산주의로 귀착된다.이처럼 보수와 진보는 대체로 정형화된 노선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두 개념이 이상하게 왜곡되어 있다. 그 왜곡에 앞장서가는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는 2004년 5월 보수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그는 “자본주의에 사는한 보수는 약육강식, 되도록 바꾸지 말자는 것이고… 기득권 향수가 강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 다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다”라고 잘라 말했다, 노대통령은 보수를 “바꾸지 말자”는 수구 개념으로 왜곡했다. 적지 않은 한국인들도 노대통령과 같이 보수를 변화 거부의 수구로 곡해한다. 보수에 대한 국민들의 빗나간 인식은 지난 12월초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IO)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수와 진보 중에 무엇이 더 좋은가’란 질문에 ‘진보’가 좋다는 답변이 더 많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안정과 개혁중에 무엇이 더 좋은가’라는 설문엔 ‘안정’이 더 높게 나타났다.‘안정’이 더 좋다는 것은 진보 도다 보수를 더 선호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응답자들은 ‘안정‘이 좋다면서도 ’진보’가 더 낫다고 답하는 자가당착의 모순을 드러냈다.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보수를 개혁 거부의 수구로 곡해하고 진보를 개혁의 참신 세력으로 착각하고 있다는데 연유한 것이다. 보수를 “바꾸지 말자는 수구”로 단순화한 노대통령의 보수관을 일반인들도 공유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는 각기 노선상의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모두 참신한 변화를 추구한다는데는 차이가 없다. 1830년대 창당된 영국의 보수당 이나 1850년대 등장한 미국의 공화당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를 세계 최강대국가로 변혁시키며 우뚝 서게 했다는 것은 두 보수 정당들이 끊임없이 개혁해갔다는 것을 실증한다. 개혁하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 존재는 발전할 수 없고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데서 그렇다. 보수가 진보 보다 개혁적일 수도 있다.문제는 어느 쪽이 보다 더 국가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경제발전을 기할 수 있느냐에 있다. KSIO의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들이 보수의 ‘안정’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했다. 지난 8년 동안 좌파의 불안정 속에 실망한 국민들이 안정된 보수로 돌아섰음을 드러낸 조사 결과였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이라더니 불안스럽던 좌파 권력의 종언도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