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총연합회 ‘51억 원’ 손실의 진실

회장 선거 앞둔 교총…경쟁 후보 흠집 내기?

2019-05-31     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해 51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교총 측은 12명에 대한 퇴직금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직 교원들로 구성된 ‘한국교총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회비사용 내역 전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회원이 13만여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교원 단체가 내부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교총 정상화 모임 “회비 사용내역 투명하게 공개하라”
교총 “12명에 대한 퇴직금 지급…단순 손실 아니야”

지난 26일 오전 11시, 한국교총 정상화 추진위원회는 서울 우면동 교총회관 앞에 모여 ‘교총 정상화 촉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들은 “교총이 32억 원이라고 밝힌 지난 1년간 손실액이 홈페이지에 공개된 결산보고서에는 19억 원 많은 51억 원으로 기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교총이 4월 대의원회에서 내놓은 2018년 심의용 결산서에는 손실액이 32억 원이었는데, 홈페이지에는 51억 원으로 훌쩍 뛰었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현장 교원들의 지위 향상과 교권 확립에 더욱 노력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교총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손실금액 차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더불어 손실액 규모가 2016년 당기손실 5억 원에서 2017년 12억 원, 2018년 51억 원으로 매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진위는 지난 3년간 당기손실액과 퇴직금 규모를 명백히 공개하고, 2018년 32억 원 손실액의 진실과 관련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교총 “오히려 예산 절약한 것”

교총 측은 즉시 반박에 나섰다. 교총은 이번 손실에 대해 “직원 12명이 정년을 남겨두고 퇴직을 하게 됐다”며 “32억 원은 퇴직자에게 지급한 퇴직금”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지급한 퇴직금을 단순 손실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교총은 12명 퇴직으로 매년 절감되는 인건비와 향후 발생하는 퇴직금 증가분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31억7000여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저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진위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대목이다.

교총의 경영과 재산 상황을 감시·감독하는 감사 역시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형·양석환·조인영 감사는 26일 공개한 ‘2018년 당기 순손실 내역 확인서’에서 “2018년 당기순손실 32억 원은 11년간 회비 동결에 따른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12명의 직원이 퇴직하며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32억 원의 퇴직금 지급에 따른 당기순손실 내역은 이사회와 임시대의원회의 승인을 받은 사항”이라면서 “절차적인 면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 감사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조직 경상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인력구조조정은 손실이 아닌 비용절감이라는 것이다. 전체 인건비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이번 손실은 4~5년 내 충분히 보전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오히려 감사 측은 “조직에 오래 헌신한 12명 직원이 정년을 남겨두고 퇴직하게 된 것을 무척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법에 근거해 지급한 퇴직금을 적자니 손실이니 폄하하는 것은 퇴직한 직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32억 원 vs 51억 원’ 손실액 차이 났던 이유는?

추진위는 앞선 집회에서 교총이 심의용 결산서와 홈페이지에 손실액을 다르게 적었다고 성토한 바 있다. 실제로 결산서와 홈페이지의 손실액은 각각 32억 원과 51억 원으로 19억 원의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액수가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총 대변인은 일요서울에 “한국교총에는 사무국과 한국교육신문이 있고, 각자 독립 경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산서에 제시된 32억 원의 손실액은 사무국 퇴직자 12명에게, 나머지 19억 원은 한국교육신문 퇴직자 7명에게 지급된 금액이라는 것이다. 교총 측에서 이를 합쳐 51억 원의 손실로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오해가 생겼다. 대변인은 “퇴직자는 모두 근속연수가 25년 이상이었던 임원급 직원들”이라며 “뼈를 깎는 희생으로 고통을 분담했는데 이러한 논란이 나오는 게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또 “집회 신고를 한 직후 총장이 직접 추진위에 궁금한 점을 설명해주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추진위 측은 집회에서 ‘밝히라’고 외치며 설명은 안 듣겠다고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교총은 오는 10일부터 17일까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재선에 도전하는 현임 하윤수 회장을 비롯해 총 3명의 후보자가 출마한다. 교총으로서는 가장 큰 이벤트를 앞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경쟁 후보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행동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총 소속으로 30여 년간 교직에 종사하다 작년 퇴직한 한 회원은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논란을 촉발한 것이) 현임 회장 반대파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교총선거분과위원회 역시 곧바로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선거운동 기간 중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위의 즉각적인 중지를 요청한다”고 전했다. 또 선거분과위원회 위원 역시 재정손실 주장이 합당한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입장문 말미에 “혹여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배후 세력이 있다면 법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적어 이번 사태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대변인 역시 “설명을 듣고 또 지적할 부분이 있으면 하면 되는데, 듣진 않고 밝히라고 하시니 안타깝다”면서 “왜 하필 회장 선거를 앞둔 시기에 그러시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토로했다.

복수 교원단체 허용으로 위기 맞은 교총...첩첩산중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4월 15일 2개 이상의 법정 교원단체를 허용하는 교육기본법 시행령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유일한 법정 교원단체였던 교총은 ‘밀실 추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이번 합의에 따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회원 수가 감소하던 교총은 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여기에 때 아닌 손실 논란까지 불거지며 억울함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첩첩산중에 놓인 교총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