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KT 그 종착역은?

2007-06-04     장익창 
불공정 거래 대명사 낙인‘치욕’
통신업계 공룡 KT가 올 들어 유독 바람 잘날 없이 시끄럽다. 불공정 행위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자회사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함께 고객정보 대량 유출, 성수동 힐스테이트 특혜 의혹 등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 올해로 민영화 5년을 맞은 KT그룹과 16개 자회사를 둘러싼 잡음은 금품수수설이나 예산유용, 비자금 조성의혹 등 그 사실 진위여부를 떠나 ‘투명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관련업계는 최근 실적이 저조한 KT가 실적개선을 위한 전사적 활동을 하고 있고 1년 남짓 공식 임기가 남은 남중수 사장의 향후 행보와 맞물려 주목하고 있다. 본지는 올 들어 KT그룹을 둘러싸고 올 상반기 중에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점검해 본다.


우선 KT는 2건의 불공정 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특히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적 저조에 따른 KT의 강력한 내부 드라이브가 걸린 가운데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불공정 행위 혐의 잇따른 조사

6년간 KT와 파트너로 공생한 한글 인터넷 주소 전문 검색업체인 넷피아는 올 1월 재계약이 불발되자 KT와 KT의 계열사인 KTH를 상대로 공정위와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넷피아에 따르면 KT가 지난 1월 말부터 KT 메가패스 이용자 기반에서 72만여개에 이르는 한글인터넷주소가 일방적으로 KTH의 파란검색결과로 돌려지고 있기에 신고했다는 것.

넷피아 김태수 상무는 “KT는 자회사인 KTH의 이익을 위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했고 일방적 협정 종료를 통보함으로써 넷피아의 사업활동을 곤란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포스 계약 종료 때와는 달리 45%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KT와 KTH는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계약종료 통보 전에도 KT와 충분한 협의 과정을 통해 요구사항을 수렴해 KT가 문제삼는 의미 미부합 사이트로의 이동도 0.1~0.2%의 오차로 줄였다는 게 넷피아의 입장이다. 결국 KT가 넷피아 없이도 자체적 서비스가 가능해지니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했다는 주장이다. 넷피아는 현재 온세통신과 LG데이콤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 입장은 경쟁사인 하나로포스와 서비스 계약이 중단됐을 때에는 행동을 안하다가 유독 KT가 계약종료를 통보하니 그것을 문제 삼고 있다는 사실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 이장세 부장은 “이미 이 건과 관련, 성남지법에서 열린 가처분신청에 대한 판결 1심에서 법원은 KT의 손을 들어줬고 의미 미부합 사이트로 연결되는 사례 역시 개선됐다고 넷피아가 주장하지만 그 오차율도 현재까지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리한 전화 영업 등 활동에 있어서도 고객 불만이 많아 2004년부터 넷피아측에 서비스 개선을 요구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5일에는 병원 처방전 내용을 2차원 바코드에 담아 약국이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바코드 처방전’을 서비스 하는 이디비라는 업체가 KT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정위에 KT를 제소했다.

KT와 이디비는 네오소프트뱅크, 이수유비케어, 비트컴퓨터, 포인트닉스 등 병원전산과 약국 관련 바코드와 EDI 업무 협력사들과 그간 사업 영역은 달랐지만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이디비 김동선 사장은 “KT가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수차례 전달하고 불공정 행위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 등을 발표해 이디비의 사업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업체들에 “바코드 처방전’ 사업 진행방안에 ‘처방전 사업에서 타사의 동일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인센티브를 중단하고 협정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다.KT는 이 사업 진행방안에 협력사가 KT의 고객으로 병원을 영입할 경우 병원당 7만~30만원까지의 지원금을 제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KT의 이러한 행위 이후 불이익을 두려워한 이들 업체들의 상당수가 이디비와 계약을 파기했으며 1200개에 달하던 서비스 이용 약국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게 김 사장의 말이다.

KT는 이에 지난 2002년부터 전자처방전 사업을 진행하며 협력업체들과 ‘바코드 사업을 할 경우 KT 외 사업자와는 협력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고 시인했다.

KT 김철기 과장은 “이러한 계약 내용들이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어 5월 중 2002년 맺었던 협력사들과의 문제가 된 내용을 삭제해 계약을 상대사의 임의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바코드 처방전 시장은 그간 이디비의 독과점 시장이고 KT 역시 이 시장에 관심을 갖는 가운데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KT는 이미 자체적으로 이디비와 유사한 온라인 사업인 건강보험 EDI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시장까지 대기업의 힘으로 잠식하려 하고 있다”며 “KT가 불공정행위를 시정했다고 하지만 어느 협력사가 KT를 두려워하지 않겠는가”라고 답변했다.


끝나지 않은 의혹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나

지난 4월 KT와 현대건설은 성수동 힐스테이트 특혜 의혹과 관련 일대 홍역을 치렀다.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의 제기로 촉발된 이 의혹은 그 달 23일 “KT와 현대건설이 서울경찰청에 제공키로 한 기마대 대체부지가 명의신탁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한 가운데 잠시 이 사건은 소강상태에 빠져 있다.

김 의원의 김태한 보좌관은 “명의신탁 내용에 대해선 경찰청과 KT가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추가 물증을 확보한 가운데 현재 추이를 지켜보며 이 건에 대한 규명은 이번 국정감사까지 이어갈 것”이라고 시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현재까지도 KT의 자회사인 KT커머스가 하청업체로부터 물품을 납품받으면서 직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구매 단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KT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힐스테이트 의혹은 김 의원이 무슨 연유에선지 열 번이 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한 기업 죽이기에 나서고 있고 현재는 더 이상 거론할 것이 없어서인지 잠잠해 졌다” 며 “검찰에 확인해 보면 KT커머스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무혐의로 귀결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달 하순 경기경찰청은 KT 직원들이 초고속 인터넷 가입 대행업체에 고객정보 24만여건을 지속적으로 유출해온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서고 있다. 이 역시 KT의 실적 높이기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올 초 3개월간 KT 전·현직 임원진 등 10여명을 불러 승진 인사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결과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비리혐의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조사했지만 증빙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내부 투서에 따라 의혹들이 불거졌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바람 잘 날 없는 KT를 둘러싼 잡음에 대해 관련업계는 다음과 같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 KT협력사 한 관계자는 “결국 KT는 오랜 공기업 습성 탓에 주인의식 없는 직원들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임기 1년을 남긴 남중수 사장의 연임이나 차기 사장 추대를 놓고 조직 간의 알력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남중수 사장 역시 재임 기간 중 경영 능력 면에서 시장으로부터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이에 무리한 실적 향상을 꾀하는 가운데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