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쌀 소비하는 건강한 프랜차이즈 뜬다
쌀쌀한 쌀米시장에 훈풍 분다
2010-05-25 기자
1993년 7월 종로구청 앞 1호점이 오픈한 이래 올해로 18년이 된 카페형 도시락전문점 ‘한솥도시락’은 18년 동안 줄곧 업계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현재 한솥은 450개 가맹점이 오픈되어 있으며, 가맹점이 한 해 동안 올리는 매출은 900억 원에 달한다.
이곳에서 한 해 소비하는 국내산 쌀은 3900톤 수준. 한솥의 국영신 실장은 “쌀은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로 지역 특산 쌀을 쓰며, 물류에 대한 가격도 하락해 점주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한솥’은 2000원에서 1만원대의 도시락을 판매하면서 한국형 패스트푸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한솥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내에서 ‘밥과 반찬’ 등 밥을 갖춘 패스트푸드로 평가받고 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도시락을 준비하고, 테이크아웃 판매 방식이 결합되면서 얻게 된 자연스러운 평가였다. 한솥은 작은 주방에서 적은 인원이 일하면서도 3분 안에 고객에게 도시락을 전달할 수 있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주방 시스템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외식 소스 전문기업 에이치에스원인터내셔날이 새롭게 런칭한 오리엔탈 라이스앤누들 브랜드 ‘라이스스토리’(www.ricestory.net)는 한중일과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볶음밥을 만들 때 100% 국내산 신동진미를 사용한다. 특히 값싼 가공용 쌀이 아닌 고급 쌀을 사용하면서도 6000~7000원에 뛰어난 식감을 제공하는 볶음밥을 먹을 수 있다.
주 메뉴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각국의 레시피로 만든 볶음밥류로 전체 매출의 70%를 책임지고 있다. 굴소스에 다진마늘과 마늘장아찌를 듬뿍 가미한 건강식 갈릭볶음밥, 타마고볶음밥, 니시고랭볶음밥, 후리가케볶음밥, 사타이볶음밥, 파인애플볶음밥 등 10가지 메뉴가 제공된다. 본사 이진영 본부장은 “가공용이 아닌 실제 먹는 국내산 쌀을 고집하기에 가공용 쌀에 비해 70% 이상 단가 상승되어 부담스럽지만, 본사의 소스 공급 노하우가 있기에 고객에게 어필하면서 수익성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 매장 한곳에서 한 달에 소비하는 쌀은 500kg 수준으로 100개 이상의 매장이 오픈했을 때는 한 달에 50톤 이상의 쌀 소비가 기대된다.
일본식 수제 삼각김밥 전문점 ‘오니기리와이규동’(www.gyudon g.com) 역시 100% 국내산 당진쌀을 고집한다. 메뉴인 일본식 삼각김밥과 규동의 매출 비중이 90%에 이르기 때문에 국내산 쌀 소비가 적극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본사에서 가맹점에 납품하는 식자재 중 쌀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70% 이상이다. 국내산 당진쌀을 고집하는 이유는 찰기가 있고 식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가맹점 한곳에서 소비되는 쌀은 하루 20kg 정도로 50곳 매장에서 소비되는 양은 30톤 이상이다.
정부와 기업 쌀의 활성화 전략을 내놓으면서 쌀 가공 식품 산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 대책은 쌀 가공 공장의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관련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기존에는 100㎡(33평) 규모 이상이어야 가공 공장을 설립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 이하에서도 공장 설립이 가능해 창업을 유도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식의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떡볶이와 쌀국수, 떡 등 쌀 가공 식품의 붐을 일으키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에서 쌀 가공식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가공용 쌀 소비량은 2001년 이후 5만톤 수준이었다가 2007년부터 10만톤 수준으로 큰 폭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이수역 근방에 위치한 국내산 쌀국수전문점 ‘봉채국수’(www.bongchai.co.kr)는 2월 11일 국수데이를 맞아 점심시간부터 손님이 줄을 잇는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경기미로 만든 쌀국수로 밀국수에 비해 단백하고 쫄깃한 맛이 장점이다. 국내산 쌀은 가공미의 경우에도 수입산 쌀에 비해 70% 이상 가격이 비싼 편인데 이곳의 국내산 쌀국수는 5000~6000원 대여서 인기가 높다. 수입산 쌀로 만든 베트남 쌀국수의 가격이 9000원대를 호가하는 것을 생각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가맹본사 이환성 부사장은 “국내산 쌀은 찰지기 때문에 쫄깃한 식감이 장점”이라고 말하면서, “정부에서 국내산 가공 쌀에 대한 단가를 30% 낮춰주면 활성화가 쉽게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통 젤라또 전문점 ‘구스띠모’(www.gusttimo.com)는 2003년부터 꾸준히 100% 국내산 ‘쌀 젤라또’를 판매하고 있다. 쌀 젤라또는 백미와 흑미로 지어진 밥을 젤라또 베이스에 넣어 ‘누룽지맛 사탕’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쌀 젤라또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곡류가 웰빙 음식으로 선호되는 상황에서 쌀 젤라또의 판매는 2배 가량 늘었다고.
가맹본사 김미정 대리는 “최근 맨밥을 꺼려하는 자녀들의 식습관 때문에 고민하는 고객 중, 쌀 젤라또를 먹으면서 밥과 친해졌다는 경험담을 털어 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구스띠모에서는 쌀 젤라또 외에도 고추장 젤라또, 인삼 젤라또 등을 판매하고 있다.
떡 카페는 20~30대 여성층을 공략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카페 공간이자 전통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다. 테이크아웃 판매와 홀 영업을 병행하며, 10평 내외의 소규모 창업이 가능하다. 국내산 멥쌀과 찹쌀로 만든 떡으로 유명한 ㈜떡파는사람들(대표 성우진)이 지난 2003년에 설립한 ‘떡보의하루’(www.dcake.co.kr)는 떡케이크 뿐 아니라 각종 답례떡 및 행사떡, 영양떡, 선물용 바구니세트 등 다양한 메뉴를 내는 떡 전문점. 본사 공장에서 전 품목을 직접 생산해 공급, 창업 초보자들에게 메뉴 개발 및 확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 인기. 지난 2008년에는 판매점 형태를 발전시킨 떡 카페를 신촌에 선보이면서 쌀 샌드위치 등 식사용으로 적합한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국산 쌀의 재고가 쌓인 것은 결국 식생활의 변화 때문이다.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80년 132kg에서 2008년 75.8kg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쌀의 소비량이 줄어든 이유는 밥보다는 빵이나 육류의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쌀이 생활과 점점 멀어진 것도 쌀 소비가 줄어든 요인이 되었다. 1990년대만 해도 동네 한 켠에는 쌀집이 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자취를 감춰 이제 쌀을 구입하려면 대형 마트를 방문해야 한다.
대형 몰이나 마트는 대량 소비 체제로 판매되므로 집으로 가져오는 것도 번거롭고 이미 도정이 완료된 제품을 오랜 기간에 걸쳐 판매하다보니 식감이 떨어져 밥을 적게 먹는 이유가 되었다. 특히 쌀의 구입이 귀찮아지면서 배달 음식(주로 중국음식과 치킨, 피자)으로 수요가 몰리는 경향도 있다.
최근 건강과 웰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즉석 정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즉석 정미는 일반 쌀에 비해 건강에 좋고 식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게 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각 동네마다 즉석 정미 기계의 근접성을 높이고,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마트에 비해 16% 이상 저렴한 값에 도정된 쌀을 공급하는 업체가 있다. 올해부터 ‘무인 즉석 정미 쌀 방앗간’ 사업을 전개하는 10년 전통의 미곡상 ‘미사랑인들’(www.misarang.co.kr)은 마트 내 판매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동네 한 켠을 지키는 무인 방앗간을 실현해 냈다.
무인 쌀 방앗간은 3kg부터 10kg까지 즉석에서 쌀을 정미하는 기계가 주요 핵심으로 정미 시간은 약 3분에서 5분이 소요된다. 이곳의 정미기계는 일본 ‘다이와께’ 정품. 1대 당 7~800만원 선으로 국산 정미기계에 비해 가격이 3배 이상 비싸지만 기계가 견고해 잔고장이 없고 저온정미 시스템과 정량 판매가 가능하다. 정미기로 정미하면 열이 발생하면서 수분을 흡수해 품질이 저하되고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곳의 정미기계는 저온정미로 쌀의 열 발생을 방지하며 소음이 없어 실내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국내 쌀 시장이 혼탁한데 그 이유는 중량을 속이거나 쌀을 섞어 판매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미사랑인들 정미기계는 내부 정량계가 탑재되어 있어 정량 판매를 원칙으로 하며 정량 과정을 소비자에게 세세하게 보여준다.
이곳에서는 흰쌀을 파는 게 아니라 고객의 취향에 맞게 즉석에서 현미를 정미해준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흰쌀이 아니라 현미(벼를 탈곡한 쌀)로 유통되는 즉석 쌀 판매점이 성행하고 있다. 현재 정미 단계는 12분도까지 나뉘는데 분도수를 낮게 정미하면 맛은 다소 깔깔한 대신 현미에 함유된 영양소 파괴가 적어 맞춤 쌀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 1년간에 걸쳐 개발된 무인즉석 정미 기계는 8개월에 걸쳐 마곡지구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한 후 테스트를 거쳐 검증이 이미 끝난 상태로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쌀이 소진되지 않는 문제는 수입산 쌀의 과도한 수입과도 연관이 있다. 수입산 쌀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따른 의무수입 물량인 소비량의 8%가 매년 꾸준히 수입되고 있다. 국내산 쌀이 남아도 외국산 쌀이 계속 수입되고 있는 것. 현재 정부 창고에 보관중인 외국산 쌀은 869톤 수준이지만, 2014년에는 1808톤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입산 가공용 쌀 소비도 국내산 쌀 소비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떡볶이 세계화 바람을 타고 수백개의 떡볶이전문점이 등장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중 세련된 인테리어와 자체 식자재 공장에서 뽑은 쫄깃한 쌀떡볶이로 각광받는 떡볶이전문점 브랜드 ‘요런떡볶이’(www.yo dduk.co.kr)은 수입산 쌀 가공된 떡볶이를 내는 곳. 이곳의 떡은 물을 적게 사용해서 밀도가 높은 것이 특징으로 떡볶이 떡 생산 기계에만 5억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했다. 색소를 전혀 첨부하지 않은 친환경 재료로 떡을 뽑으며, 단호박 떡, 백련초 떡, 흰 떡 등 3가지로 떡볶이 떡을 다양화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www.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