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보는 창업 스토리 ‘정경유착’
2008-03-12 기자
MBC 월화드라마 ‘이산’(극본 김이영/연출 이병훈) 22회에서 세손 이산(이서진 분)이 금난전권(禁亂廛權·난전을 금하고 시전상인들에게 국가가 정한 품목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의 부조리를 혁파하고 난전을 합법화하려 시도했다.
이산의 금난전권 철폐와 난전 합법화는 첫째 시장가격의 안정, 둘째 난전상인들에게 합법적으로 장사를 하게 해주고 세금을 거둬 조세를 안정화시키는 것, 셋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노론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이어 ‘이산’ 23회를 통해 이산은 여주(이순재 분)에게 대리청정의 권한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산의 정책은 너무도 급진적이었기 때문에 일단 실패한 것으로 묘사됐다.
드라마는 드라마다. 하지만 이산의 이런 정치적 결단과 행보가 300여년이 지난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진행 중이라는 사실.
요즘 검찰의 삼성 비자금 사건 특수본부(본부장 박한절 검사장)의 삼성에 대한 직접적이고 본격적인 수사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파고든 ‘정경유착’을 파헤치고 건강한 거래 문화를 세워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계와 재계의 역학 관계만큼이나 프랜차이즈업계의 가맹본사와 가맹점 사업자의 관계도 말도 사연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와 가맹점 사업자는 각자 개별 사업자등록을 한 독립한 사업자다. 그러나 가맹점 사업자는 자신이 모든 것을 임의적으로 결정하거나 행동할 수 없다.
즉 일정 부분에 대해 가맹 본부로부터 지도와 통제를 받게 된다. 이런 지원과 통제는 사업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들에게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가맹 본부의 통제에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므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의 관계가 문서상의 관계가 아니라 실질적인 관계로 정립되기 위해 시행착오와 갈등도 많았다.
갈등을 해결하고 제도를 정립해가면서 창업시장에서는 정치인과 기업 간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는 政經癒着(정경유착)이 아닌 正敬侑着(정경유착)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업자간의 협력 사례들이 늘고 있다.
세수대야 왕냉면과 황제갈비로 잘 알려진 ‘화평동 왕냉면 &황제갈비’ (www.foodcore.net) 체인본부가 침체된 창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가맹점을 대상으로 4300만 원을 지원키로 해 화제다.
화평동 체인본부의 창업지원으로 고객은 부족한 창업자금을 본사로부터 무상 지원받아 창업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지원 내용은 가맹비 1000만 원 면제, 개설비 3000만 원 지원, 오픈홍보비 300만 원 지원 등 총 4300만 원의 금전적 지원과 함께 점포 오픈 시 기존 1명이던 오픈매니저 1명을 추가로 1명 더 파견하며 운영매니저를 15일간 추가로 파견하여 영업을 돕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체인본사는 출점지역에 가맹점을 오픈함으로써 홍보효과를 거두게 돼 가맹점과 체인본부가 상호 윈윈(win-win)하게 된다.
이 같은 창업지원 상품의 가능여부는 희망 가맹점의 지역과 가맹을 희망하는 고객이 본사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신뢰관계를 중심
으로 체인본부의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해서 결정하게 되는데 총 14개의 가맹점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특히 화평동은 4300만 원의 창업지원 상품 외에 총투자대비 60%의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줌으로써 창업자금이 부족한 고객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규점포 오픈 시 약1달간 집중적으로 교육하고 오픈매니저를 파견하여 100일 동안 집중 관리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슈퍼바이저 1인당 10개 미만의 가맹점을 관리하고 고객카드를 통해 본사가 가맹점 고객을 직접 관리하여 가맹점의 매출 극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문의:1588-6020)
몸에 좋은 오리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오리공감’(www.h appy52.co.kr)도 네 가지의 가맹점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가운데 리모델링 시 1180만원으로 창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가맹비, 교육비, 가맹이행보조금, 포스시스템 등을 1180만원으로 지원하고 그 밖의 인테리어나 초도비용은 현장실측 후 최소의 비용을 보장하고 있다.
이렇듯 업종 변경을 위한 리모델링 시 국내최저금액을 이야기하고 있어 업종변경자 및 예비창업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오리공감이 추진 중인 네 가지의 가맹점 지원 프로그램도 가맹점 사업자들로부터 환영받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먼저 가맹점의 안정적인 매장관리를 위한 ‘가맹점 성공창업 프로그램’은 가맹점의 영업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퍼바이저를 7일 동안 파견하여 매장운영을 지원한다. 정기적인 수퍼바이저 방문과 서비스, 위생, 메뉴, 세무 등 전반적인 매장운영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제공해 매장운영을 보다 쉽게 도와준다는 취지에서다.
두번째 ‘유통관리 프로그램’은 원활한 식자재 유통을 위해 일산물류공장과 육가공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공장들은 표준화된 구매기준으로 인한 맛의 균일화와 조리과정을 공정화한 대량생산으로 각 매장에서는 단순작업만을 거쳐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 주방설비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인력컨설팅 업체와 제휴를 통해 가맹점에 양질의 외식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인력관리 프로그램’과 가맹점의 월 매출액이 3개월 이상 하락할 경우 본사 수퍼바이저를 통해 운영을 정상화 시키는 ‘위기관리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문의: 1688-7952)
외식전문 프랜차이즈 지원 F&S(www.garobee.co.kr)가 선보인 ‘해피궁’은 가맹본사가 가맹비, 물품 보증금, 로열티 등을 받지 않는다.
해피궁은 떡볶이를 메인메뉴로 어묵, 잡채, 핫도그, 고구마 맛탕 등 8가지 메뉴를 판매하는 분식점이다. 서울 이태원동에 직영점을 열고 월 500만 원 이상의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해피궁’ 김유성 대표는 “떡볶이는 접근하기 쉽고 고객층이 넓어 맛만 있으면 되는 아이템”이라며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인기 메뉴를 총망라해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창업자들의 실패위험을 확 줄였다.”고 자신했다.
해피궁 이태원점 김미진(52) 점주는 “본사로부터 식자재와 소스를 공급받아 데워서 내놓기만 하면 되므로 운영하는데 두 명이면 충분해 인건비가 적게 든다”고 전했다.
해피궁은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 방식도 이색적이다. 가맹계약 때 본사위주의 ‘가맹계약서’대신 ‘사업협력계약서’를 체결한다. 사업협력계약서는 본사와 가맹점이 지킬 것은 지키면서 서로 협력하고 성장하자는 상생(相生)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피궁 가맹 본부의 경영 이념을 엿볼 수 있다.
(주)오엠아이컨설팅 빈스(www. binskorea.co.kr)의 홍명식 대표(52)는 정직한 프랜차이즈 운영이라는 경영 이념에 걸맞게 가맹비 환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가맹비 환불제도란 본사와 가맹 체결이후 가맹을 해지 하려고 할 때 남은 계약 기간을 환산하여 가맹비를 돌려주는 제도이다.
또 홍대표는 “1차적인 고객인 가맹점 사업주들에게 창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고, 자부심을 통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가맹사업 시에는 가맹본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알아야 한다.”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문의:02-582-4704)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연말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가 있었던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이제 정경유착이라는 단어는 없어졌다. 이제 정치권과 기업이 협력하는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이 말인즉슨 政經癒着(정경유착)은 없어지고 正敬侑着(정경유착)의 시대를 맞았다는 것.
가맹 본사와 가맹점 사업주의 합리적인 동거가 새 대통령의 약속과 더불어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