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친 고스톱?… 민심이 끓고 있다
2005-03-24 홍성철
하지만 정치권 주변에선 벌써부터 공천 잡음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기초단체장 2곳에 대해 공천자를 확정한 한나라당은 공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위원장 이윤성 의원)는 14일 4ㆍ30 재보궐선거에 나설 경북 경산시장 후보와 경북 청도군수 후보에 각각 최병국(45) 전 군위경찰서장과 장경곤(56) 전 경주부시장을 공천키로 확정했다. 한나라당 경북도당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가 두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왔던 점이 최종 공천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공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두 곳에 후보 공천을 신청했던 많은 인사들이 당의 심사 과정에 강하게 반발, 재심을 요청하거나 무소속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경산시장 후보로 등록했던 한 인사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공천심사 기준 및 선정과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심사결과 공개와 함께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했다.
경산시장 낙천자들 사이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공천자간에 밀약이 있었을 것이란 이른바 ‘밀약설’도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청도군수 후보자 공천을 둘러싼 잡음도 심각하다.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공천이 유력한 후보 중 한 사람으로 분류됐던 이원동 전 청도부군수는 “후보자 검증과정이나 심사기준이 불투명하고 공정성에도 문제가 많다”며 “지역 여론을 무시한 공천 결과에 승복할 수 없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씨는 또 “지역구 의원과 공천자가 고교 동문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이미 사전 조율(공천자 내부 확정)이 끝난 상황에서 형식적인 공천심사에 불과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이씨와 함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A씨는 “짜고친 고스톱”이라고 잘라 말했다. A씨는 “현역 의원측 인사가 공천자 캠프에 상주했다는 사실은 후보를 미리 내정한 후 시간을 끌다 후보자를 확정하는 구색맞추기식 공천이었다”고 분개했다.
경북도당 홈페이지에도 공천을 둘러싼 비난글이 쇄도하고 있다. 아이디가 ‘청심’인 한 네티즌은 “공천 기준이 무엇이며 심사 위원님들이 과연 올바른 심사를 했는지 모르겠으나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며 “국회의원과 달리 군수는 청도에서 일하고, 청도를 위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좀 씁쓸하다”는 글을 올렸다. 아이디가 ‘청도’인 또다른 네티즌은 “청도에 살면서 청도에서 일해온 사람은 다 공천에서 떨어졌다”며 “4명의 후보로 압축되었다는 말은 들었던 것 같은데 3사람은 청도에서 줄곧 일해온 사람”이라고 주장했다.이처럼 공천자가 확정된 두 지역 모두 공천 후유증이 불거지자 경북도당이나 중앙당 공천심사위는 파문확산을 경계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덕군수 후보를 비롯한 영천 국회의원 및 기초의원 후보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움직임을 잘 반영하고 있다.이와 관련 중앙당 공천심사위의 한 관계자는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고 있는 만큼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이미 확정된 두 곳에 대해서도 재심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