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입심’이 더 셀까?”

2006-10-11     이금미 
한나라당 ‘빅3(朴·李·孫)’ 공보 특보 3인 입체 분석

한나라당 차기 대권 ‘빅3’의 공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정국이 대선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이들이 보좌하고 있는 대선주자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빅 3의 공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역할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기사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기를 향해 뛰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입’을 자처하는 공보담당자들 중 누구의 입심이 셀까.


“공보담당자의 역할은 대선주자 PR이다.”
한나라당 모 대선주자 공보특보의 말이다. 여기서 PR은 ‘public relations’의 약자가 아니다.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린다는 뜻. 그만큼 공보담당자의 업무엔 어려움이 많다는 얘기다.

200통 전화에 ‘공황’ 상태 겪기도
손학규 전경기도지사의 이수원(45) 공보특보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전직 경기도청 정책보좌관 출신답게 ‘정책과 공보’가 동시에 가능한 사람이라는 평가도 따라다닌다. 그러나 ‘입심’에 있어선 ‘글쎄’라는 게 정치부 기자들의 생각이다. 조용히 얘기하며, 어르고 달래며 자기편으로 만드는 스타일이기에, 말에 있어서도 항상 조심스럽다는 것.
하여간,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손 전지사의 민심 대장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 특보는 요즘 하루 200여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에 시달리다 보낸 어는 날 밤, ‘멍’한 공황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나마 이 특보가 대선주자로서 한 단계 도약을 꿈꾸는 손 전지사의 ‘입’ 노릇을 톡톡히 해 낼 수 있는 건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국회 보좌진으로 정치권에 첫 발을 내민 이 특보는 신학국당 대선 후보 경선 등을 통해 내공을 키워왔다.
잠시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이 특보가 손 전지사와의 인연을 맺은 건 2004년이다. 정책보좌관을 거쳐 지난해 공보관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전대표의 공보를 담당하고 있는 이정현(48) 공보특보는 캠프에 합류하자마자 외유에 나섰다. 독일을 비롯해 유럽방문에 나선 박 전대표를 보좌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까지 당 부대변인으로서 ‘촌철살인’의 논평을 내놓던 이 특보. 그는 정치부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사람 좋아 보이는 넉넉한 웃음과 개그맨 뺨칠 정도의 유머와 재치 때문이다. 당을 위해서라면 ‘언쟁’도 마다하지않는 화끈(?)한 성격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요즘 변신중이다.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논평이 아닌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로의 탈바꿈. 이 특보는 “박 전대표의 장점을 알리고, 국가지도자상을 부각시키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낌없는 ‘칭찬’, 치열한 ‘경쟁’ 예고
그가 박근혜 캠프로 이동한 직후 뒷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특보는 한나라당에선 보기 드문 호남 출신으로 20여년 중앙당에서 잔뼈가 굵었기 때문. ‘박근혜 대선 서진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특보는 “지난 2년 견고했던 ‘박근혜 체제’를 거치며 오랜만에 당직자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다”면서 “크고 작은 선거의 승리, 당내 민주화, 정책의 유연성 등은 박근혜 체제의 성과”라고 했다. 이는 그가 박 전대표의 캠프에 합류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공보담당자는 조해진(44) 공보특보다. 조 특보는 특유의 친화력를 바탕으로 줄곧 대언론 업무를 맡아온 베테랑으로 통한다. 과거 이회창 대선캠프에서 이명박 대선캠프로 옮겨진 모양새다.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서 조 특보는 ‘밀양 양반’으로 통한다. 정직하고, 점잖은 말투, 또 예의바른 몸가짐이 그에 대한 평가다. 하지만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 만큼 상대가 정직하게 나올 때만이 자기 것을 드러낸다는 것.
한편, 이들 세 사람은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수원 특보와 조해진 특보의 인연은 15대 국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이 고향인 이 특보는 김덕룡 의원, 경남 밀양 출신인 조 특보는 당시 박찬종 의원을 보좌하고 있었다.
서울대 1년 후배이기도 한 조 특보에 대한 이 특보의 아낌없는 칭찬이 쏟아진다.
“사려 깊고, 정직하다. 비록 후배지만 인격적으로 존중한다.”
이 특보는 덧붙인다.
“조 보좌관을 욕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이정현 특보 역시 조 특보에 호의적이다.
“대변인 문화를 바꿀 정도로 점잖은 사람.” “항상 노력하고, 상황판단이 뛰어난 사람.”
이수원 특보는 이정현 특보에 대해 “지난 2년 당 부대변인으로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면서 “논평 하나하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또한 조 특보에게 이들은 ‘영원한 동지’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이들의 아낌없는 칭찬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높은 정당지지율, 그리고 이들이 보좌하고 있는 각 주자들의 대국민 지지도를 감안한다면, 한나라당의 대선경쟁은 곧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