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움직이는 막강 파워그룹
2005-03-18 이인철
문재인 수석 제외한 7명 모두 현역 정치인
정부에선 이해찬 총리,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이 참여하고 당에선 임채정 당의장, 정세균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선 문재인 민정수석,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이 멤버다. 별도의 회의 안건은 없고 다른 배석자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당·정·청 고위 당직자회의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특별한 사안을 결정하는 일은 없다’며 ‘티타임 형식 대화자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전에 이 모임을 위해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는다”며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적인 국정에 대해 자기의 견해를 밝히며 주로 그 주의 이슈나 다음 주의 화두로 등장할 사안들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밝히는 자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8인회 멤버 구성을 보면 단순하지 않다. 8인회는 지난해 매주 토요일 열렸던 9인회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9인회는 지난해 7월 중순 당·정간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문제로 이견이 불거지는 등 정책 혼선이 빚어지자 이를 조율하기 위해 이해찬 총리가 제안해 만들었다. 당·정·청 고위당직자회의와는 별도의 당·정·청의 최종 협의모임을 만든 셈. 실제 9인회는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차떼기당’발언파문 당시 ‘한나라당이 국회에 들어오기만 하면 총리가 사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리해 한나라당과 접촉했다. 또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위헌판결에 대한 충청권 대책을 세우는 등 막후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최종적인 조율기관 역할을 해왔다. 4개월여 동안 지속되던 9인회는 지난해 11월말 4대입법과 관련한 처리문제를 논의한 뒤 잠시 중단됐다.
하지만 9인회를 주도한 이 총리가 올해 초 이기준 전교육부총리의 인사파문이후 다시 이 모임의 필요성을 주장해 부활했다. 이번 8인회는 종전 9인회와 달리 당과 청와대의 참여인물에 약간 변화가 생겼다. 9인회 당시 청와대는 김병준 정책실장과 문재인 전시민사회수석(현 민정수석), 이병완 전홍보수석이, 여당에서는 이부영 전당의장과 천정배 전원내대표, 정부에서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이 참석했다.
창당그룹과 공신그룹의 세력 배치
그러나 올 초 다시 시작된 8인회는 기존 멤버에서 정책실장과 홍보수석이 빠져있고 대신 이강철 수석이 그 자리를 꿰찼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물로 꼽히는 문 수석과 대통령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 수석이 참여하는 것은 일정 정도 8인회에서 노심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눈여겨 볼 대목은 8인회는 종전 9인회에 비해 정무기능이 강화된 점이다. 김병준 정책실장과 이병완 전홍보수석이 참석했던 자리에 조기숙 신임 홍보수석이 빠졌다. 대신 이강철 수석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문재인 수석을 제외한 나머지 7명 모두 현역 정치인 출신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향후 정치적 지형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한 측면이 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오는 4·30 재보선, 내년으로 다가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개헌 논의 등을 고려해 정무기능을 보강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올해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권력구조개편과 관련, 개헌 논의가 될 것”이라며 “차기주자군 3명이 포함되고 노심을 가장 잘 읽는 두 수석이 참여한 것을 비춰볼 때 당·정·청이 향후 정치 지형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포함, 각 계파간 사전 논의를 통해 한 목소리를 내고자하는 측면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참여정부 ‘최대주주들의 모임’이라는 관측도 있다. 8인회는 외연상 당내 세력의 적절한 균형과 배치를 통해 모임이 결성돼 있는 것. 실제 창당 주역이자 당내 최대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당권파의 정동영 장관과 재야파의 김근태 장관. 그리고 문재인, 이강철 수석은 친노그룹을 대표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 모임에 대한 당내 분위기는 엇갈린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고위 당정협의회가 있어 당과 정부의 입장을 서로 조율할 수 있는데 굳이 참여정부 내에서 그런 모임을 가질 필요성이 있나”라며 의문을 던진 뒤 “자칫 과거정권의 관계기관대책회의와 같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또다른 관계자는 “그 동안 당이 실용과 개혁이 부딪히며 사분오열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면이 많았다”며 “핵심 사안에 대해 큰 틀에서의 협의를 거친 뒤 입장을 조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8인회 참석자의 한 측근은 “외부에 비춰지는 것 만큼 대단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모임이 아니다”며”참석자 개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토요일 오후 그들은 무엇을 할까?
8인회 모임터 총리공관 국정전반 의견조율 막후 영향8인회 멤버들은 토요일 오후만 되면 삼청동 총리공관에 하나둘씩 모여든다. 개인사정에 따라 다소 모이는 시간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모두 합석하는 시간은 대략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로 알려진다. 일단 참석자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공관에서 티타임을 가지면 이런저런 얘기들은 나눈다. 참석대상자들이 모두 모이면 공관 내 회의실에서 본격적인 토론을 가진다. 주요 의제는 분야별 핵심 사안들이 거의 대부분 거론된다. 물론 이들이 토론을 하는 시간동안에 외부 사람들의 회의실 입장은 차단된다. 이따끔씩 차를 가지고 오는 일하는 사람을 빼고는 출입이 통제되는 것. 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이해찬 총리로 알려진다.
먼저 이 총리가 그날그날 나눌 토론의 주제를 발제하고 이에 따라서 각자 생각하는 바나 자신이 가진 정보 등을 쏟아낸다. 청와대측은 입장은 주로 문재인 수석이 개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참석전에 문 수석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회의내용과 관련해 사전보고를 하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사후 보고는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의시간은 통상 2시간여. 때로는 이보다 더 길어질 때도 있지만 이럴 때는 저녁식사도 회의실에 넣어진다. 최근에는 주요사안들이 많아 회의시간이 평균 3시간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