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풍’ 버금가는 ‘정풍’ 띄운다?

2005-02-23     이인철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국민참여연대(이하 국참)의 밀월관계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국참연의 전신인 국민참여운동본부(이하 국참본부) 출신과 정동영계 인사들이 국참 지도부에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장관과 국참과의 연대는 차기 대권구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향후 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도 최근 국참 상임고문으로 추대돼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한 노심(盧心) 논쟁도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린우리당 내 신당권파로 불리는 국참과 정 장관측의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국참은 최근 이종걸 의원을 공동의장겸 원내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그 동안 무성하게 나돌았던 정 장관과의 연대론에 불을 붙였다.

이 의원은 지난해 4대입법안 처리과정에서 터진 불협화음으로 사임했지만 재선그룹의 리더격이다. 이 의원은 특히 당권파 리더격인 이른바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그룹과 함께 열린우리당 창당과정에 공헌한 인물로 당권파 핵심 멤버이자 친정동영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선 정 장관과 국참의 밀월관계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국참 창립부터 정동영 장관과의 관계성에 많은 말이 오가며 정동영 대권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며 “최근 이종걸 의원이 공동의장겸 원내 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추측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참은 개혁을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이 의원은 국참의 정체성과 일치성이 높지 않는 인물”이라며 “정 장관측과 사전교감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갑수 당 부대변인이 국참과의 연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는 김 부대변인과 국참 참여인물들과 절친한 관계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노사모 출신인 김 부대변인은 정 장관이 당의장 재직시절 비서실 차장을 지내는 등 친정동영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또 명계남 의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라디오21의 창업자이며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김 부대변인은 또 명 의장과 함께 국참을 이끌고 있는 핵심 인사인 이상호 집행위원장과 정청래 의원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위원장과 정 의원은 라디오21 이사로 등재돼 있다.이같은 정황에 비춰볼 때 김 부대변인이 정 장관과 국참의 관계설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 국참의 전신이 국참본부라는 점도 정 장관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국참본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후보시절 결성된 조직으로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에도 문성근, 이강철씨 등 노 대통령 측근들이 의장을 맡으며 명맥을 이어오다 지난해 해체됐다. 정 장관은 민주당 추미애 전의원과 함께 공동본부장을 맡았었고, 임종석 의원은 사무총장, 명계남 현국참의장은 사업단장을 맡아 조직을 이끌었다. 특히 노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노사모가 대거 참여해 희망돼지 분양사업과 100만 서포터스 모집사업 등을 벌이며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당시 국참본부에 참여했던 주요 인사들이 다시 국참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정 장관은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명계남 이상호 임종석 등 당시 핵심 멤버들이 주축이 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현미 전병헌 염동연 장향숙 의원 등 친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은 국참의 성격과 관련해 노사모의 정치세력화보다 ‘정동영 세력의 결집’이라는 관측을 낳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참에 참여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과거 국참본부를 회상했다”며 “당시 핵심인물들이 조직을 이끄는 점으로 비춰볼 때 정 장관쪽과 향후 연대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사모의 정치세력화라기보다 정동영 장관과 가까운 노사모 출신이 대거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과론이지만 정 장관과 국참의 연대가 성사될 경우 2002년 대선때 노사모의 위력에 못지않은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여권의 한 당직자는 “여권 차기주자 중 한 발 앞서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정 장관이 국참과 연대할 경우 그 파급력은 막강해질 것”이라며 “국참은 대부분 진성당원들로 구성돼 즉시 행동이 가능한 살아 움직이는 조직으로 정치세력화를 한 이상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차후 국참의 지지후보 결정과 관련해 노심(盧心)의 향배도 관심사다. 현재까지의 정황에 비춰볼 때 노심이 정 장관쪽에 더 가까운게 아니냐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정 장관과 함께 대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근태 복지부 장관과 입각 경합 당시 정 장관의 손을 들어준데 이어 정 장관에게 NSC 수장을 맡겨 남북관계, 외교문제를 총괄하게 했다. 여기에 중국 방문,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다보스포럼 참석, 자이툰 부대 방문 등 정 장관의 활발한 해외 행보에서도 노심을 감지할 수 있다. 외연적인 모습은 노심이 정 장관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친노그룹으로 구성된 국참이 정 장관측과 유연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점도 노심을 부추길 수 있다. 여권의 핵심관계자는 “노심의 향배는 차기대권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국참의 영향력이 노 대통령에까지 미치게 될지가 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