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 한계 딛고 손 맞잡는다?
2005-02-23 정하성
박 대표의 선물을 받은 민주당측은 “‘홍어,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3합이라고 한다. 홍어와 돼지고기는 전혀 이질적인 음식인데, 묵은 김치가 그 두 가지를 돌돌 말아서 절묘한 화합을 이루어 낸다. 민주당은 묵은 김치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3합은 ‘지역통합·국민통합·남북통합’”이라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특히 ‘지역통합’을 강조하며 영·호남 지역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다.박 대표가 민주당에 ‘홍어’를 선물했다는 소식을 접한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홍어를 매개로 ‘한·민 연대’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등 추측도 무성했다.
실제로 한 대표는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합당을 운운하기 전에 분당에 대한 책임부터 지라’며 ‘합당 불가론’을 천명하며, 여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최근 이정일 의원 도청 사건과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의 비리 의혹 등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여권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측은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재건의 깃발을 세우고, 열린우리당과의 합당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초강수를 두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한데 대해 뭔가 석연치 않다”며 이른바 ‘여당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와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에 러브콜을 보내던 여권이 이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총공세를 펴며 민주당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토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사태에 대해‘묵인’(?)또는 ‘동조’등으로 일관하며 민주당 껴안기를 시도하고 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지지세력이 상반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개헌론과 맞물려 차기 대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처럼 복잡한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한화갑 연대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두 사람간의 연대론 중심에는 개헌론이 자리잡고 있다.개헌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현정국구도상 개헌은 불가능하다.현재 정치권은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정치권력 구조’.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개정해야 한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서는 4년 중임제, 4년 중임 정·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 여야간 선호하는 정치구조가 제각각이다.이중 ‘박근혜·한화갑 연대론’은 4년 중임 정·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를 염두에 둔 윈-윈 전략으로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4년 중임 정·부통령제일 경우, ‘박근혜 대통령-한화갑 부통령’또는 그 반대로 ‘러닝메이트’가 돼, 차기 대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집정부제에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국가원수로서 통치권을 행사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총리로서 행정권을 담당하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치권에서는‘박·한 연대론’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상호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대표 입장에서는 ‘과거사 문제’, ‘여성 대통령 필패론’, ‘영남 대통령 불가론’등 대권도전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박 대표 입장에서 한 대표와 연대한다면’ 한 대표의 민주화 투쟁 경력’, ‘여성 대통령에 대한 불안감 해소’, ‘영·호남 지역통합’등의 호재를 업고 대권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이와 함께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현재‘30~40%’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40%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지지도로는 대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개혁층 흡수와 호남표 확보 여부를 차기 정권창출을 위한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 이에따라 호남권 최대 주주인 한 대표와의 연대는 ‘호남 및 국민의 정부 지지 개혁층’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가 되는 셈이다.한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당세와 지지층 이탈을 막기 위한 돌파구가 절실하다.
특히 민주당은 차기대권 향배가 당의 존립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와 연계해 차기 대선에 참여할 경우, 한 대표는 차기 정권의 일정 지분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지난 ‘국민의 정부’는 DJP연합으로 탄생한 정권”이라며 이에 “박근혜- 한화갑 연대가 성사되지 말란 법이 어디 있느냐. 또 ‘박-한 연대’는 지역통합이라는 대의적 명분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이만영 대표 비서실장은 “‘박-한 연대론’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정책적으로 공조할 수 있지만, 태생이 다른 두 정당이 차기 대선에서 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박-한 연대론’의 성사 여부는 ‘민심의 향배’가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난해 탄핵사태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손을 잡은 바 있다”며 “당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연계했다가 큰 실패를 맛 본 경험이 있다. 차기 대선에서 또 다시 한나라당과 연대했을 경우 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정치권의 또다른 관계자는 “탄핵 때와 ‘박-한 연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영·호남의 결합에 대해 국민들 사이에서 커다란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