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박이도 금싸라기땅 18평 지주

2005-02-23     이혜숙 
‘판교발(發) 투자열풍’이 분당 일대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남서울 파크 힐 전원주택단지에 대한 등기부 등본 확인 결과 알쏭달쏭한 거래내역을 가진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1976년 박정희 전대통령 시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던 이 지역이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한 것은 1992년께부터. 이 일대가 보전녹지로 바뀌면서 주택건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미국식 베벌리힐스’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일치감치 노른자위 땅으로 자리매김 돼 왔던 이 지역이 ‘판교신도시 개발’이란 든든한 지원군을 만나면서 한차례 투자열풍이 휩쓸고 간 것. 판교신도시 분양을 앞두고 이 지역 부동산을 매입하게 된 다양한 사연들을 들여다 봤다.유망 중소기업인인 J씨 일가는 그 중 대표적인 경우다.

문제의 판교신도시 인근 전원주택지에 665㎡의 땅을 가진 J씨는 이 땅을 2002년 8월에 매입했다. J씨는 이 토지 중 480㎡를 2004년 6월 그의 부인에게 증여했다. J씨는 또 같은해 12월 자녀들에게도 이 토지 중 일부를 증여했다. J씨의 첫째딸과 둘째딸에게는 62㎡를, 막내딸에게는 61㎡를 증여했다. 결국 초등학생인 J씨의 첫째딸(11)과 7살짜리 둘째딸은 아버지의 토지 중 19평을 각각 차지하게 됐으며, 막내딸인 두 살박이에게는 18평의 몫이 돌아갔다. 현재 시세가 평당 350만원 가량이므로 이 두 살박이는 단박에 6천만원대 재산가가 된 셈이다.그런가하면 작심하고 자녀들의 명의를 이용한 사례도 보인다. 분당 대장동 일대 총 1,240㎡의 토지소유자는 모두 20·30대의 남매 3명이다.

이들은 2000년 6월 이 토지를 매입한 후 첫째인 L씨가 1억7천여만원가량인 총 토지의 54%를, 둘째가 25%, 셋째가 21%를 각각 나눠 가졌다. 아버지 L씨는 시중은행에 10억원 가량의 채무가 있는 상태다. J사 회장인 K씨는 2000년 6월, 분당 대장동 일대 1,022㎡를 매입했다. 판교신도시 계획이 확정되기 불과 3개월 전이다. K회장은 3년 뒤인 2003년 6월, 이 토지를 20·30대의 아들들에게 모두 넘겨주었다.그런가하면 가족이 모두 나서 분당 대장동 일대를 사들인 사례도 있다. 한방의료기기 전문회사의 사장인 P씨가 분당 대장동 일대 총 1,398㎡를 사들인 날은 2000년 6월. 같은날 P씨는 대장동 일대 총 1,220㎡를 또 매입했고, 2002년 11월 그의 딸에게 이 땅을 증여했다. P씨의 아들이 분당 대장동 일대 총 1,154㎡를 사들인 때도 2000년 6월로 아버지가 토지를 매입한 날과 같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총 3,771㎡로 현시세를 감안하면 모두 40억원에 달한다.유명 재계 인사나 지명도가 높은 학계인사의 경우 본인의 명의가 아닌 부인의 명의로 토지를 구입한 경우도 상당수 있다. 구리업계의 선두주자인 G회사의 K회장 부인은 2002년 6월 분당 대장동 일대 총 1,728㎡를 아들과 공동 명의로 매입했다. 또 분당 대장동 일대 총 854㎡를 매입한 주인공도 N정보 감사의 부인인 J씨다. J씨는 이 땅을 2002년 6월 딸과 함께 공동 구입했다. 학계의 경우 K모 K대학교 교수 부인이 2000년 7월 분당 대장동 일대 총 641㎡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M대학교 학장인 H씨도 2002년 6월 분당 대장동 일대 총 1,474㎡를 매입했다.

판교 신도시 분양열기 진정 전망

정부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발표
‘판교로또’로까지 불리며 과열됐던 판교 신도시 아파트 분양열기가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판교 신도시의 투기세력 차단에 주안점을 뒀다.판교 신도시 아파트 분양도 11월로 연기돼 2만여 가구가 일괄 분양키로 했다. 정부는 6월부터 내년 하반기까지 4차례에 걸쳐 5,000가구씩 나눠 분양하려던 분양 계획을 바꿔 11월에 2만1,000가구(공공임대 4,000가구 포함)를 일시에 분양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으로 “일괄 분양으로 당초 630대 1이던 수도권 1순위자(성남 1순위는 143대 1)의 예상 청약 경쟁률이 157대 1로(성남은 36대 1)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판교 청약대기 수요로 일반분양시장이 위축되고 청약 과열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해 내려진 정부의 강력한 방침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번 대책에는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 사전평가제가 사실상 도입돼 판교 신도시의 청약과열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신도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지역 분양시장은 장기침체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이번 조치가 수요와 공급 모든 측면의 대책을 망라하고 있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판교 신도시 분양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로 인한 집값 상승은 최대한 막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