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대망론’이 꿈틀 거리고 있다

2005-02-17     홍성철 
고건 전국무총리와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두 사람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차기 대권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는 점과 고령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고 전총리는 현역 잠룡들을 여유있게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고,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 전총재 역시 중위권을 달리고 있다. 변화된 정치패러다임을 감안하면 이 두 사람의 대망론에 고령의 나이가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고령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정권창출에 성공한 DJ(김대중 전대통령)의 대권 플랜은 이러한 시각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정치권 주변에선 아직 꺼지지 않은 대망론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 두 사람이 이른바 ‘뉴 DJ플랜’을 물밑 가동하고 있을 것이란 섣부른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총리와 이 전총재의 올해 나이는 각각 67세와 70세다. 2007년 대선까지는 아직 2년 10개월이 남아있고, 그때 두 사람 나이는 각각 69세와 72세가 된다. 두 사람이 차기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모두 70대라는 고령으로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두 사람 모두 꺼지지 않은 대망론 불씨를 살리는데 고령이라는 현실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계복귀후 정권창출에 성공한 DJ식 대권플랜 모델은 이 두 사람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92년 대선에서 패배한 DJ가 정계은퇴를 선언할 당시 나이는 67세였고, 정계복귀를 선언한 때(95년)는 70세였다. 그리고 97년 대선에 승리했을 당시 나이는 72세였고, 70대 중반기(98년~2002년)에 국정을 이끌었다. ‘고령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두 사람에게 DJ식 대권 플랜은 대망론 불씨를 살릴 수 있는 더 없는 모범사례인 셈이다.

대망론과 관련해 아직까지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의 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배경에도 이러한 ‘DJ식 대권플랜’이 자리잡고 있다.특히 정치권은 고 전총리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전총리는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걷고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고건 신드롬’ ‘고건 열풍’ 등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그의 인기는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고 전총리를 대권주자로 영입한 정당은 차기 대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란 섣부른 관측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여야 정치권은 고 전총리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3일 전당대회 대표경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공개적으로 고 전총리 영입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은 여야 정치권의 이러한 구애작전을 잘 대변하고 있다.

높은 대중적 지지도와 여야 정치권의 구애작전을 감지한 고 전총리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총리 퇴임후 극도로 조용한 행보를 걸어왔던 고 전총리지만 자기관리와 인맥관리는 소리소문없이 추진해 왔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위치한 개인사무실에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지인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 지난 1월28일에는 총리시절 함께 일했던 고위공직자들과 만남을 가졌고, 서울시장 시절 인연을 맺었던 공무원들과도 자주 접촉하고 있다. 고 전총리의 호인 ‘우민’을 딴 ‘우사모(우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그가 관리하는 대표적인 모임중 하나다. 여기에 고 전총리는 지난 1월31일 작고한 선친의 호를 딴 ‘청송 장학회’를 고향인 전북 군산에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 85년 제12대 국회의원 시절 사재 2억원을 기증, ‘군산개발장학회’를 발족한 바 있는 고 전총리가 기존 기금 1억원에 사재 1억원을 보태 새 장학회를 설립한 것.

20년전 자신이 설립한 장학회를 새롭게 재편한 것인데도 이를 지켜본 정치권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특히 일부 정치권은 고 전총리의 장학회 재편을 대권행보와 연결짓고 있다. 대망론을 펼치기 위해선 든든한 지역적 기반이 절실한 만큼 장학회 재편을 통해 본격적인 고향 민심잡기에 나선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러한 정치권 일각의 의구심에 대해 장학회측은 “‘국가발전을 위해 올바른 인재양성이 중요하다’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20년 전 자신이 설립한 장학회를 재편한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하고 있다.이 전총재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지난 대선 패배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이 전총재는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 된 시점부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말 선친의 묘를 이장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10월쯤에는 서울 남대문로에 개인사무실을 마련했다.특히 충남 예산에 위치한 선친 묘를 한때 ‘왕기 서린 명당’으로 화제가 됐던 신양면 하천리로 이장한 것과 관련해서는 뒷말도 무성했다.

92년 대선 패배후 정계를 은퇴했다 95년 정계에 복귀한 DJ가 경기도 용인군으로 선친 묘를 이장한 후 97년 대선때 당선된 사례에 비춰볼 때 이 전총재도 꺼지지 않은 ‘대망론’을 염두에 두고 선친 묘를 이장했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여기에 이 전총재가 정계복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기 대통령감 설문조사에서 중위권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도 ‘이회창 대망론’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말 실시된 <조선·갤럽>설문조사에선 쟁쟁한 여야 잠룡들을 따돌리고 이 전총재는 4위(25.9%)에 랭크되기도 했다. 특히 TK(대구 경북)지역에서는 한나라당 유력 후보인 박근혜 대표를 물리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이 전총재의 지지율 상승 배경에는 최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당 안팎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박 대표의 어려운 정치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벌써부터 난타를 당하고 있는 박 대표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이 당안팎에서 확산되면서 그 반대급부로 이 전총재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또 이 전총재는 보수·기득권층으로부터 여전히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고 당내에도 그를 추종하는 정치세력이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차기 대권까지는 아직도 2년10개월이란 세월이 남아 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향후 정치지형 및 대권구도는 몇 차례 변화될 개연성이 높다.따라서 이 전총재도 변화되는 정치지형을 지켜보면서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총재가 향후 어떤 결단을 내릴지 불투명하지만 그가 정계복귀 및 대권 3수에 도전한다면 그 모델은 바로 ‘DJ식 대권플랜’이 될 것으로 정치권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