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의 절상화 정책
잃어버린 10년 이후 되찾은 일본 경제의 힘
2011-01-31 기자
일본의 장기불황은 자산버블 붕괴로 인한 불황이라는 역사적 특이성으로 인하여 훌륭한 연구 사례로서 전 세계 경제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은 경제 발전 단계별로 우리와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 대한 연구와 평가는 타산지석의 관점에서 항상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은 부동산과 주식을 중심으로 한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정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했지만 그 정책들은 주로 신자유주의적 경향을 내포한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일본 사회는 보다 심각해진 양극화의 양상을 보이게 됐다.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을 모토로 하는 고용시스템은 극적으로 붕괴되었고 이를 반영하듯 대도시 곳곳에는 홈리스와 빈 병이나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한 때 일본의 빛나는 성공을 시기하고 두려워하며 이른바 일본식 경영을 연구하던 미국도 이제는 대놓고 일본을 비웃는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이 받아든 지난 20여 년간의 성적표는 실로 부끄럽고 처참한 것이었다. 1%를 밑도는 경제성장률, 성장의 발목을 잡는 막대한 노인인구, 여러 산업분야에서의 실패와 주요 기업의 해외매각, GDP(국내총생산)의 200%에 달하는 엄청난 국가채무 등 얼핏 보아 일본은 심각한 병에 걸린 환자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과연 일본은 추락하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일본을 타산지석 삼아 철저히 연구하고 공부해야만 한다. 일본의 경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패망하지는 않을 것이라 게 필자의 생각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일본은 부잣집이었고 여전히 부자다. 일본의 어려움을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국가채무를 보자. 일본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의 200%에 이를 정도로 막대하다. 거품붕괴를 막기 위해 그리고 거품붕괴 이후에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엄청난 재정이 투입되었다. 그 결과 막대한 국가채무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규모의 채무를 견뎌낼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 헌데 이 빚의 성격을 살펴보면 약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본의 채무는 외국으로부터 빌려온 자금이 아니라 거의 모두 국내로부터 조달된 자금이다. 즉 쌈짓돈이고 외국에 의해 휘둘릴 일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IMF가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것은 외국으로부터 조달한 부채 때문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의 경제가 신통치 않다고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국이다. 엄청난 엔화절상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백억불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이다. 생각해보자. 현재 우리의 환율이 대략 1300원 대인데 그게 순식간에 반 토막 나서 700원대까지 치솟았다고 가정해보자. 우리의 수출기업 중 이 환율을 견뎌낼 기업이 얼마나 될까. 일본은 그런 상황을 그야말로 뼈를 깎는 효율성과 생산성으로 견뎌내며 여전히 수백억불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의 제조업이고 심각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도 별다른 소비 없이 오로지 저축만을 하는 일본인들인 것이다.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저축률은 20%를 늘 넘나드는데 특이하게도 일본 국민들은 고금리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고지식하게 은행에다 쌓아놓기만 한다. 이 자금이 해외로 나가 전 세계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는 것을 엔 캐리라고 한다.
엔 캐리는 투자은행 등에서 비롯된 자금이 아니라 순순하게 은행권으로부터 조달된 자금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참고로 우리의 저축률은 2% 미만이다.
일본은 비록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20년 등으로 폄하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SK증권 분당지점 조선기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