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트니스계 약물‧성거래 심각” 헬스 유튜버의 폭로
김동현 대표 “보디빌딩 대회 기준 바뀌어야 한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한 보디빌더의 고백으로 피트니스계에 ‘약투’가 시작됐다. ‘약투’란 성범죄 피해 사실을 스스로 밝히는 ‘미투(Me Too) 운동’에서 따와 약물의 힘을 빌려 몸을 만들었다고 밝히는 일을 말한다. 최초 폭로자인 보디빌더 박승현 씨와 함께 불법으로 스테로이드나 호르몬제를 투약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을 설명한 보디빌더는 바로 김동현 내추럴gym 대표다. 김 대표는 ‘약투’에 이어 지난 27일에는 유명 보디빌더들의 성거래 실태를 폭로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지난 28일 기준)가 236만 회에 달할 만큼 이목을 끌고 있다. 일요서울은 김동현 대표에게 피트니스계의 만연한 약물 실태와 성거래 등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성거래 폭로 영상’ 조회수 236만 회···“유튜브는 실태 전달의 수단일 뿐”
운동경력 13년. 현역 보디빌더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동현 내추럴gym 대표는 헬스 지도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피트니스 평론가와 국내에서 독보적인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는 그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보디빌더들에게 수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개인지도(PT)를 받으며 여러 운동 지식‧정보와 함께 피트니스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근 약투에 이어 피트니스계의 성거래 3대 큰손이 있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폭로의 골자는 ‘여성 트레이너들과 헬스장 대표 겸 지도자(이하 지도자)가 맺는 은밀한 성상납-후원 관계(일명 비밀친구)’, ‘비밀친구를 각종 약물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일’, ‘30세가 넘는 비밀친구는 절교 대상이라는 점’, ‘3대 큰손 헬스장에는 사랑방이 있다는 것’ 등이다.
비밀친구란 무엇?
비밀친구란 여성 트레이너와 지도자가 은밀히 맺는 성상납-후원 관계를 말한다. 지도자가 예쁜 외모를 가진 여성 트레이너들에게 접근해 ‘너라면 조금만 고쳐도(교정) 보디빌더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는’식의 말로 현혹한 뒤 성거래를 하는 것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도자는 여성 트레이너에게 ‘개인지도를 하면 5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니, 돈을 내거나 자신의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를 하면서 비밀친구를 맺자’고 제의한다. 이런 방식으로 한 지도자가 30~50여 명에 달하는 비밀친구를 갖기도 한다. 김 대표는 또 비밀친구(여성 트레이너)들은 한 헬스장에서 함께 일하면서 서로가 비밀친구인 것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대표는 누가 피해자인지 모를 때도 있다고 말한다. 여성 트레이너가 먼저 비밀친구를 제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한 여성 트레이너는 “내가 너(김 대표)랑 성적인 관계가 될 테니 나한테 좋은 조건으로 일을 시켜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자들이 먼저 제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피트니스계에) 여러 가지의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람(지도자)에게 (비밀친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을 하고 자녀까지 있는 헬스장 대표일지라도 여성 트레이너는 그런 관계(비밀친구)를 맺는 것이 편한 실정이다. 지도자가 헬스장 대표이자 보통 심사위원을 함께 겸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니 (지도자가 여성 트레이너에게) ‘대회 나가면 1등 시켜줄게’, ‘스타 만들어줄게’, ‘내가 밀어주면 너는 1등이야’ 등의 말로 종용한다. 그러나 그들은 나에게 연락이 와서 ‘사귄 거다. 연애한 것이다’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제자를 마루타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비밀친구가 성적 관계만이 아닌 일명 ‘마루타’가 되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비밀친구를 맺은 여성 트레이너들에게 각각 다른 투약법과 각종 약물을 투약하면서 자신을 위한 데이터를 모은다고 한다. 비단 비밀친구에게만 해당된 문제는 아니다. 많은 지도자들이 제자를 마루타로 만든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제자들은) 대부분 마루타다. 남자든 여자든 (많은 지도자는) 제자를 키우면 마루타를 다 만든다. ‘스테로이드’라는 게 논문이나 학술적으로 나와 있는 연구결과가 적다. 그렇다 보니 인간을 통해서 실험을 해야한다. 자신(지도자)이 안 써본 것, 안 먹어본 것, 위험한 것까지 다 먹인다”면서 “대략 30명 정도에게 먹인다. 제자들은 몸 좋은 사람이 먹어보라고 권유하고 자신처럼 된다고 하니까 (믿고) 먹는다. 제자들도 이것(약물)을 먹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약한다. 먹었는데 (효과가) 잘나오면 그걸 쓰는 것이다. 그야말로 생체실험 마루타, 실험용 쥐에게 하는 거나 똑같다. 지도자는 또 약물을 팔아먹을 수 있어서 이득”이라고 말했다.
약물 실태 심각
기자는 김 대표에게 피트니스계의 약물 실태도 물었다. 그는 “뭐 약물은 다 쓴다. 다 쓰니까 이 분야에서는 너무 식상한 얘기다. (역설적으로) 보디빌딩은 굉장히 공평한 운동이다. 100명이 (대회에) 출전하면 100명 모두 약물을 쓰기 때문에 똑같은 사람들끼리 붙어서 공평한 운동”이라며 “부작용이 심각한데 (지도자가 투약자에게) 알려주면 누가 쓰겠는가. 효과를 95%알려주고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그렇게 말하곤 한다. (약물) 피해자들은 무분별한 약물 사용으로 암에 걸리고, 병원에 입원하고, 장기가 망가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대표적인 투약 약물이 ‘스테로이드’라고 설명했다. 그는“약 값은 처음 배 타고 들어오는 건 7000원 정도 인데, 유통 과정을 겪으면서 비싸진다. 아무래도 약국이나 사이트 등에서 파는 게 아니다 보니까 지도자가 자신의 회원들에게 팔게 되는데, 회원의 성향을 보면서 판매한다”면서 “약물에 대해 좀 아는 것 같으면 10~20만 원에 판매하고, 어리바리한 것 같으면 100만 원에 팔기도 한다. 통상적인 가격은 없고 사람마다 다른 셈이다.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약사, 의사, 기자 등의 사람들에게는 판매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피트니스계 여러 문제에 대해 보디빌딩 대회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약물을 사용하는 이유를 본질적으로 살펴보면 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려는 것이다.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스펙을 쌓아서 어디 가서 자랑을 한다든지, (좋은 곳에) 일하려는 목적”이라며 “대회를 나가는데 약을 안 써도 입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이 된다면 약물 사용을 안 할 것이다. 헬스 협회나 대회 등의 기준이 바뀌면 가능한 부분이다. 기준이라는 것은 우선 (기준) 체급이 낮아야 한다. 체급이 높으면 약을 안 쓰고 몸을 만들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약물을 사용 안 하는 것이 좋다. (지도자들이) 알려주지 않을 뿐이지 부작용이 너무 많다.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나 뿐만 아니라 (보디빌더) 모두가 겪고 있는 것이지만 오픈하는 사람이 없다. 근육으로 수영장이나 술집에 가서 허세를 잡으며 여자를 만나는데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알려지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픈을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들은 (문제를 폭로한) 나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튜브 채널 ‘간고TV’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구독자는 4만 명이 넘는다. 김 대표는 “나는 유튜브로 수익을 올리거나 조회수 등은 관심이 없다. 그래서 방송 영상도 1~2주에 하나 정도만 올린다. 많은 분들이 보시고 이러한(피트니스계의) 실태만 알았으면 하는 거지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나는 그동안 활동했던 것처럼 똑같이 사람을 지도하고, 개인지도를 해주고, 헬스장을 운영하면서 살 것이다. 유튜브는 내 생각, 피트니스계 실체, 나쁜 놈들 때려잡는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