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회장, 교보생명 경영권 위협 방어하나
교보생명 지분 쟁탈전 제2라운드
2011-10-10 김나영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저축은행은 지난 6월 말 기존 보유분인 교보생명 주식 3만3709주를 매각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중 신 회장이 매입한 것은 3만2800주로 알려졌으며 해당 지분은 전체 교보생명 지분의 0.16%로 금액은 83억 원에 달한다. 거래 방식은 장외였으며 6월 말 기준 장외가인 25만 원선에 준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33.62%에서 33.78%로 증가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소액주주인 한 기업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지분 매입을 요청해와 신 회장이 직접 사들이게 됐다”며 “교보생명은 공시 의무가 없는 비상장기업이라서 공개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보생명 내부에서는 “최근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이전에 이용준 제일저축은행장이 매입을 제의했고 신 회장이 수락한 후 장외 거래가 이뤄졌다”면서 “만약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한 주가 폭락 이전 시점이 아니었다면 장외라고 하더라도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지 않았겠느냐”라는 구체적인 정황이 돌고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신 회장이 직접 교보생명 지분을 취득한 것은 4년 만의 일”이라며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매각을 앞둔 경영권 방어 차원인지, 혹은 향후 교보생명 지분 적정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향후 매각될 지분 24%의 행방은?
또한 대우인터내셔널(부회장 이동희)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계속해서 보임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예측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일요서울 899호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위기인가 기회인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 7월 교보생명 지분 매각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보유중인 교보생명 지분의 매각 및 유동화 등 활용방안 모색을 위해 외부 자문기관 선정을 검토 중이며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의 입장 역시 이와 비슷하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7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교보생명 지분의 활용방안 모색을 위해 외부 자문기관을 선정했으며 활용방안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우인터내셔널은 우리투자증권과 맥쿼리증권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한 상태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하는 이유는 현재 개발 중인 미얀마 가스전 및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자금 마련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부터 미얀마 북서부 해상지역에서 가스전을 개발했고 2013년 5월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대우인터내셔널이 미얀마 가스전 개발에 쏟을 것으로 예상한 금액은 기 투자된 금액을 포함하여 총 17억 달러(약 2조 원)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투자금 중 9억 달러는 이미 중국개발은행의 신디케이트론 등을 통해 조달했고 나머지 8억 달러는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이 매각할 교보생명 지분의 규모가 상당히 큰 만큼 증권업계에서는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24%로 492만 주에 달하며, 장외주가는 주당 25만~27만 원으로 약 1조2300억~1조3200억 원에 이른다.
만약 교보생명 지분 24%가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분이 시장에 풀리면 눈독을 들일 기업들도 벌써부터 여럿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기업들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 보험업을 확장하려는 금융지주사들이다.
겉으로는 조용한 교보생명, 과연 끝까지 잠잠할까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지분 매각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이번 신 회장 지분 매입 이전에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경영권 불안은 예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지만 (신 회장이) 취임한 지 10년이 넘도록 아무 일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신 회장의 보유 지분 33.78%와 친인척 보유 지분 6.65%를 합치면 40.43%이며, 여기에 우호적 지분으로 분류되는 지분까지 더한다면 59.88%로 약 60% 가량이라는 계산이다. 교보생명의 우호 주주는 코세어코리아캐피탈(9.79%), 핀벤처스(5.33%), 악사(2.24%), 트라이엄프Ⅱ(1.07%), 우리사주(1.02%) 등이다.
반면 대우인터내셔널이 매각할 지분 24%와 한국자산관리공사 보유 지분 9.9%,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5.85%를 더하면 39.75%로 약 40% 가량이다. 교보생명 측에서는 이 지분들이 모두 매각되더라도 한 곳으로 매각되지 않는 한 경영권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인터내셔널과 캠코 보유 지분만 합산해도 33.9%로 신 회장이 가진 지분 33.78%를 넘어서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우호 주주의 지분이 언제까지나 우호적 지분으로 분류될 수 있는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M&A 전문가는 “교보생명 지분 24%는 상당히 매력적인 규모의 매물이다”라면서 “(우호 주주를 제외한) 대주주 지분에 근접할 만큼의 지분 매입만으로도 오너의 경영권은 충분히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나영 기자] nyki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