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우리법·인권법·민변 출신이 장악한 헌법재판소

‘진보 색채를 더 강하게 입힌 인사’

2019-03-23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헌법재판관 후임 지명을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로 문형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현 정권 들어 이선애 재판관을 제외한 8명이 바뀌었다. 이들 대부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출신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헌재에 진보 색채를 더 강하게 입힌 인사’라는 평을 내놨다.

 

다음달 조용호·서기석 퇴임… 현 정부에서 재판관 8명 교체

진보성향 판사촥 헌재 판결 편향성 우려, 사회 갈등 키울수도

 

법조계에선 이번 인사와 관련 자연스럽게 재판관들 성향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 정권은 너무 보수인사여서 문제였지만 이번 인사는 너무 진보 성향에 치우쳤다는 평이다. 

헌법재판관들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헌재 판결의 편향성이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키우는 경우가 생겨 사회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한법재판관은 일반 사건이 아닌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사건을 많이 다루는 만큼 그 영향력이 더욱더 크다.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문형배 판사

 

문형배 후보자는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8기 사법연수원 출신인 그는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 성향 판사로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도 이 연구회 소속이다. 

과거 부산지법 판사, 부산고법 판사를 역임했다. 이어 창원지법 부장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를 지낸 후 현재까지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김 대변인은 문 후보자에 대해 “27년 법관 재임 기간 동안 부산, 경남 지역에서 재판 업무만을 담당한 정통 지역법관”이라며 “우수 법관으로 수회 선정되는 등 인품과 실력에 대해 두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대법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대법관 후보, 대법원 헌법재판관후보추천위원회의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됐다”고 밝혔다. 

또 “문 후보자는 평소 ‘힘없고 억울한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곳이 법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금권선거사범이나 뇌물 등 부정부패사범에 대해서는 엄벌하고, 노동사건, 아동학대, 가정폭력 사건 등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재판을 하며 사법 독립과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 온 법관으로, 헌법 수호와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재판관의 임무를 잘 수행할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이미선 후보자는 부산에서 학산여고를 나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6기 사법연수원 출신인 그는 서울지법 판사, 청주지법 판사, 수원지법 판사, 대전고법 판사를 지냈다. 이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원지법 부장판사 그리고 현재까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이 후보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김 대변인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5년간 근무하는 등 우수한 사건 분석 능력과 깊은 법률 이해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법관”이라고 했다. 

또 “법원 재판연구관 시절부터 꾸준히 노동법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며 노동자의 법적 보호 강화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며 “뛰어난 실력과 온화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높은 신망을 받는 법조 경력 22년의 40대 여성 법관”이라고 평가했다. 

 

헌재 6명 대법 5명 

절반 이상 진보 성향 판사

 

김 대변인은 “헌법재판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합하기 위해 성별, 연령, 지역 등을 두루 고려해 두 분의 헌법재판관 후보를 지명했다”고 했다.

현재 헌법재판소 판사들을 분류해 보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문형배 후보자,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 후보자가 있다. 진보성향인 민변 출신으로는 이석태 재판관이 있다. 

문 후보자와 이 후보자가 임명된다고 가정할 경우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우리법·국제법·민변 출신이다. 여기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은애 판사까지 포함한다면 진보 내지 친정부 성향 재판관은 6명이다.

대법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우리법·국제법·민변출신이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법인권연구회 두 곳 모두에서 회장을 지냈다.

한편 오는 4월 19일 퇴임하는 조용호 서기석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두 후보자가 임명되면 헌법재판관(소장 포함) 총 9명이 모두 문재인정부 들어 임명된 재판관이 된다. 

특히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전효숙·이정미 전 재판관,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에 이어 역대 5번째 여성 재판관이 된다. 1988년 헌재 출법 이후 처음으로 여성 재판관 3명이 동시에 재직하게 된다. 

이 후보자는 이 전 재판관에 이어 임명 당시 기준 최연소(49세)로, 현재 헌재에서 가장 기수가 낮은 이영진·김기영 재판관(22기)보다 네 기수 아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