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흔들리는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 권한만 갖더니, 책임은 나 몰라

2011-09-27     이범희 기자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몰매를 맞고 있다. 농협의 비리 척결을 위해 몸소 실천한 행동들이 오히려 돌팔매로 돌아왔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개혁을 통해 회장직을 상근직으로 전환하고, 임기 역시 연임 가능에서 단임으로 관련법을 수정했다. 전임 회장들의 비리 전초를 겪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 회장이 취임한 후 부동산 PF부실이 늘어났고, 지난 4월 발생한 해킹사건과 관련, 중징계 방침에서 최 회장만 빠진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에 대한 불신이 또다시 고개 들고 있다. 권한만 갖고 책임을 지지 않는 수장이라는 비아냥거림이다. [일요서울]은 최 회장에 대한 불신론에 대해 알아본다.

최 회장은 비상임이사다. 전임 회장들이 잇단 비리로 농협을 떠났고, 때때로 터지는 임직원의 비리 사건과 관련 농협에 대한 외부시선이 좋지 못하자 최 회장은 취임과 함께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 첫 성과로 회장직을 상근직으로 변경하고, 임기 역시 연임 가능에서 단임으로 관렵법을 수정했다. 당시 최 회장이 단행한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업계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내년 3월 농협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돼 전문 금융기관으로 나아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현 상황이 농협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최 회장 불신 ‘심각해’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대한 세간의 긍정적인 평가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오히려 숱한 비리로 얼룩진 모습이 신문을 통해 자주 보도되고, '농민을 위한 농협'이 아닌 ‘그들만의 부패리그'로 전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23일 있었던 국정감사에서 최 회장 취임 이후 부동산 PF부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따르면 농협의 전체 부동산 PF대출 규모는 5조92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20%(1조2600억 원)정도가 부실 PF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정지를 당한 16개 저축은행의 부실률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체 부실채권 규모도 올 8월 현재 3조5000억 원으로 늘었고, 부실채권 비율도 1.4%에서 2.4%로 증가했다.

또한 내년 신경분리를 앞두고 국가에 요청한 예산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국정감사 자리에서 최 회장은 “제가 2008년도 와서 그 부분이 부실되었는지 저 오기 전에 대출한 부분이 부실이 되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때문에 농협의 총 책임자인 최 회장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 4월 발생한 해킹사건과 관련, 징계에서 빠진 것과도 연관을 짓는다. 금융감독원이 재제심의위원회를 열고 농협 신용사업부문에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IT본부장을 비롯한 담당 임원 20명에게는 직무정지(정직)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농협 대표인 최 회장은 징계대상에서 빠졌다. 농협의 IT부문이 신용부문과 따로 운영되는데다, 최 회장이 IT부문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신용부문의 대규모 전산사고 발생에 대해 최 회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농협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최 회장은 책임을 떠나 비상임이사다. 권한은 있을지 몰라도 책임은 없는 이상한 직책이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농협은 이와 관련 “국정감사 지적사항은 확인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