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롯데건설 사장, 꼼수 논란
어제는 ‘상생’, 오늘은 ‘경고’ 무슨 일이~
2011-09-27 이범희 기자
박창규 롯데건설 사장의 행보가 의심스럽다. 박 사장은 지난 18일 40여 개 우수협력사 대표들과 청계산을 등반했다. 지속적인 동반성장을 위해 힘을 모으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하루 뒤인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하도급거래에 따른 부도덕적 행위로 경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박 사장이 공정위의 경고 조치에 앞서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루 앞선 17일에도 부산 롯데건설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박 사장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것.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롯데건설에 대한 총체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박 사장은 지난 17일 임원진과 40여개 우수협력사 대표 등 총 100여명과 함께 서울 청계산을 등반했다.
3시간 가량 함께 등산을 하며 서로의 고충과 애로사항을 이야기하는 등 지속적인 관계개선을 위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겼다.
청계산 이수봉에 올라서는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자는 뜻으로 “함께 정상을 향하여”라는 힘찬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또한 산행 후 이어진 단합행사에서는 롯데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동반성장 방안에 대한 활발한 질의·응답과 함께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가졌다.
등산대회를 주관한 롯데건설 동반성장추진 사무국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친목을 도모하고, 화합의 자리로 만들기 위해 등산행사를 열게 됐다”며 “형식적인 자리에서 벗어나 함께 땀 흘리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석한 A우수협력사 대표는 “함께 땀 흘리며 서로 도와주면서 스킨십을 키우고, ‘산 정상’이라는 똑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걸었다”며 “사업 측면에서도 롯데와 협력사들이 힘을 모아 정상을 향해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불미스런 사고 여전해
그러나 이날 행사는 불과 하루 만에 논란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
공정위가 19일 하도급 거래서면 계약서를 늦게 발급하고 대금을 주지 않거나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깎았다며 롯데건설에 경고조치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지난 2009년 1월 현대제철 화성공장 건설공사 중 기계공사 관련 일을 맡은 하도급업자에게 작업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서면 계약서를 주고, 지난해 2월 공사가 끝난 뒤에도 공사대금 계산을 이유로 1년 6개월 간 36억 원 가량의 대금지급을 미뤘다.
때문에 일각에선 등반대회가 박 사장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행사를 주관한 롯데건설 동반성장 추진 사무국의 수장이 박 대표이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이 기구를 운영 중에 있었으며, 대표이사가 직접 협력사를 찾아다니며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어 이번 공정위의 조치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다시 말해 하루 앞서 등산행사를 진행한 것은 협력사들의 일부 불신을 잠식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력업체 대표는 “공정위 수사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했다고 해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며 “‘눈 가리고 아옹’식 경영은 철퇴 맞아 마땅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하루 앞선 17일에도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 카이져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는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지역 경찰에 따르면 17일 오전 10시께,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 카이저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레일을 설치하던 근로자 이모(49)씨가 2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동료 김모 씨가 “이 씨가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와이어가 끊어져 아래로 떨어졌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씨의 몸에 달린 와이어가 갑자기 끊어져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현장 관리감독자 등을 불러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더욱이 이 공사현장은 지난해 부실시공으로 현장의 거푸집이 무너져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곳이기도 해 롯데건설의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역시 롯데가 하면 뭐든 다르다”는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많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말도 안된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