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출범…제약업계 “현실과 R&D 정책 따로”
2011-09-27 전수영 기자
신약개발사업단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9년간 총 1조 원 규모(국비 53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국가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책임질 추진주체로서 2020년까지 10개 이상의 글로벌 신약 개발을 목표로 국내 제약업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다.
글로벌 신약개발은 성공 시 높은 수익을 창출하지만 많은 R&D 투자비와 투자기간이 필요로 하는 하이 리스크(High-risk) 하이 리턴(High-return) 프로젝트로 규모가 영세한 국내 기업이 직접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번 3개 부처가 협력하여 연구개발 단계에 관계없이 우수한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지원하는 ‘범부처 전주기 신약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함에 따라 글로벌 신약이 개발돼 출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신약개발사업단은 기존의 관리 중심의 기존 사업단과는 달리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발굴·기획·투자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선진 신약개발 방식을 도입해 사업성 평가를 통해 투자하는 기업형 사업단으로 운영됨에 따라 신약개발의 효율성이 극대화 될 것으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부처 간 R&D 경계를 초월하여 3개 부처 공동 운영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연구단계별 경계 존재, 연계 미흡, 사업 중복지원 등 그간 지적되어 온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제약업계 고사될 판에 R&D 투자는 엄두도 못 내
이번 정부정책에 대해 제약업계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제약업계는 정부가 신약개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거기에 그간 이기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던 정부부처가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한 변화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견해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인하 가 내년부터 실시되면 제약업계는 당장 1조3000천억 원의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건물도 팔고 인력도 감축해야 할 마당에 신약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국내 제약사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매출 14조 원에 당기순이익 7500억 원의 국내 제약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은 현재 당기순이익의 60~70%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약가인하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낮아지면 더 이상 투자할 여력은 없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정책은 일반적인 신약개발과는 달리 글로벌 기준의 신약개발에 집중되어 있다”며 “하지만 9년간 5300억 원을 지원한다고 했으나 1년으로 따져보면 600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정도로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신약개발에 드는 R&D 비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실과 안 맞는다”고 정부를 꼬집었다.
이어 그는 “1년 정도 준비한 사업이지만 약가인하 정책과 맞물리다보니 막상 국내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매칭으로 운영되는데 정부의 지원금만큼 투자할 기업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며 “진정한 R&D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당장의 지원보다는 약가인하정책을 철회해 국내 제약사들이 살아남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제약업계가 평시였다면 이번 정책을 반기겠지만 지금은 전시상황이라 이번 정책을 좋게만 평가할 수 없을 것 같아 아쉽다”란 제약업계 관계자의 위기감이 서린 한마디는 제약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