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포스트 삼성, 선구안 리더십 갖춰야”
2011-09-14 이진우 기자
대한민국 최고 재벌에 대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를 더해간다. 특히 [일요서울]이 집중조명해 온 이건희 삼성 회장의 ‘전략 실수 탈출 리더십’을 마무리하는 화룡점정이 필요하던 터였다. 이미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우리나라의 자부심 그 자체가 된지 오래다. 때문에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물론, 정부와 언론에서도 항상 삼성을 예의주시하며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삼성家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와 향후 전개될 미래의 리더십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를 만나봤다. 이 교수는 반평생을 한국 재벌사 연구에 바친 학자다.
첫 화두는 ‘경제위기’였다. 최근 경제위기의 본질은 미국과 유럽의 지속적인 통화 약세 정책(국제 유동성 과다 공급)에 따른 의도적인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등 각국 경제 전반에 버블이 고도로 형성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돼가는 추세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경제위기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장·단기적인) 기간 개념이 필요하다”며 “최근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그동안 세계 경제가 성장해 오면서 항상 잠재돼 있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불어 닥친 경기침체 우려와 IT 업계의 생태계가 변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이 위기에 처한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하며 “삼성을 오랜 기간 연구해 온 바에 의하면 내부적으로 잠재력이 충만하며, 현재 위기를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주의 ‘카리스마’리더십 이 회장에게 이어졌다
이 교수에 따르면 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대단한 카리스마의 경영리더십과 더불어 명확하고 냉정한 ‘신상필벌’의 경영원칙을 고수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창업주의 카리스마 리더십이 이 회장에게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며 부자 간에 별로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삼성의 경영철학은 한 마디로 ‘인재제일주의’다. 이 회장의 경우 인재욕심에 있어서는 선친보다 더 많은 것 같다”면서 “하지만 ‘신상필벌’에 관해선 창업주에 비해 약한 듯해 오랜 기간에 걸쳐 부정부패가 삼성그룹 전체에 만연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삼성의 부정부패는 단기간 내에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최종적인 경영권 승계 전에 이 회장 본인이 이를 최대한 마무리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체제 하에서 삼성은 반도체 및 IT기기 등의 성공을 바탕으로 매출은 물론 조직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따라서 통제범위가 확대된 반면, 신상필벌의 엄격함은 약화돼 부정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났으며, 그 부패 척결의 대상과 범위가 뿌리 깊어 이 회장의 대(代)에서 조직 클린화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이 교수는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家, 미래 리더십은
이 교수는 “최근의 경제 환경을 보면 도저히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빠른 속도의 환경변화로 위기 예측이 어려워 아마도 각 기업들은 미래전략을 짜기가 어려울 것이다”면서 “온 국민이 경기침체에 불안해하고 있으며 일반 기업들의 경우 결국은 선발업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하는 전략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삼성의 ‘전략 실수’란 표현은 역량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삼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것도 부담이다”며 “삼성전자가 아메바 같은 IT 업계에서 최고는 아니지 않은가. 결국 애플이나 구글 등 선두업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발빠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요서울]은 3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삼성의 미래 리더십이 궁금하다며 어렵겠지만 전망을 부탁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특별한 일이 없다면 삼성의 미래는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감당하게 될 것”이라며 “경영 과정에는 수많은 위기가 있으며 이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따라서 야구에서 타자가 직구와 변화구를 선구해야 강타자가 되듯 위기를 선별적으로 구별해 대응하는 선구안 리더십이 포스트 삼성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우 기자]voreolee@dailypot.co.kr
#이한구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이력사항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경제학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경제학 박사)
수원대학교 경상대학장 역임
수원대학교 금융공학대학원장 역임
현 한국경영사학회 부회장
현 수원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주요 저서
일제하 한국기업설립운동사(1989, 청사)
회사사의 이론과 실제(1994, 북아뜨리에)
한국재벌형성사(1999, 비봉)
대한민국기업사1(2008, 중앙북스, 공저)
대한민국기업사2(2010, 주영사, 공저)
한국재벌사<개정판>(2010, 대명출판사)
경제학원론<개정3판>(2011, 대명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