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 손실로 그룹 경영권 방어?
2011-08-30 이진우 기자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범 현대가의 지분이 적지 않아 현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투자자들과 의결권 위임 목적의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고, 이 계약이 현대엘리베이터에 적잖은 손실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그룹이 반발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경영권 분쟁 전후로 현대상선 투자자들과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해 놨다. 케이프 포춘과는 ‘현대상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현대그룹이 지정한 곳에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옵션 계약을 맺었다. 주식 매각 시 손해가 나면 현대그룹이 보전해 준다.
또 넥스젠캐피탈과는 주가 상승 시 이익의 일부(20%)를 보전해주고 하락 시 손실을 전액 보전해주기로 했다. 지난해 말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한 NH투자증권, 대신증권에는 주가 움직임과 관계없이 매년 7.5%의 이자를 지급키로 했다.
케이프 포춘과 넥스젠캐피탈은 현대상선 지분 6.14%, 5.61%를 갖고 있다.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은 1.50%, 1.49%를 보유 중이다.
올해 들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손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계약물인 현대상선 주가가 업황 부진으로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달 19일 파생상품 계약으로 481억 원의 손실(평가손실 408억원 포함)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1분기까지 포함하면 전체 손실 규모는 1089억 원으로 커진다. 이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작년 전체 영업이익 465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영업과 무관한 곳에 큰돈을 쓰고 있으니 주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