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영호 타고 이재용 정면 겨냥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삼성물산을 압수수색한 검찰의 칼끝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14일 건설분야를 맡는 삼성물산 상일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장은 삼성그룹 핵심부서를 거쳐 건설부문 사장까지 오른 만큼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이 사장은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을 거친 후 2011년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경영진단팀장으로 근무했다. 삼성물산 재무담당(CFO)과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겸했다. 그룹의 자금 융통 창구 역할을 하는 건설 분야 담당은 그룹의 주요보직 중 하나다.
특히 이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을 수사 중이던 당시 김종중 전 미전실 사장은 “2015년 당시 경영지원실장인 이영호 사장 등과 함께한 골프모임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너지를 언급하며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 삼성 승계의 핵심 사안이다. 삼성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한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는 계기가 바로 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승계 프로젝트는 1994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편법적으로 60억원 정도의 헐값으로 넘겨받았다. 이후 2013년 말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삼성에버랜드가 인수하고, 2014년 제일모직 화학부문은 삼성SDI에 흡수시킨다. 같은 해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꿔 상장한다.
상장된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최대 주주가 되고 삼성그룹을 지배하게 된다.
이 합병 과정에선 제일모직에 대한 가치평가가 과장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당시 합병비율은 1대0.35로 삼성물산 1주가 제일모직 0.35주 가치로 매겨졌다. 이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을 손쉽게 확보해 대주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제일모직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3배 가까이 높게 평가하게 된 근거는 그 회사의 미래가치 때문이었다. 제일모직이 높은 미래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게 한 게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이런 가운데 삼성바이오가 고의 분식회계 문제를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핵심인사 이 사장을 통해 이 부회장을 정면 겨냥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사정기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