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희 vs 이경호, 물러섬 없는 ‘약가인하’ 대결
국내 제약산업 죽느냐 사느냐
2011-08-22 전수영 기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약가인하를 계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진 장관은 이날 “약값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며 “국민부담의 측면, 그 다음에 우리 제약산업의 구조적인 특징, 또 건보재정안정성 등을 고려해서 결정을 했다”고 약가인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진 장관은 “약값인하 조치 때문에 제약사들이 고사하는 게 아니고 판매경쟁에만 치중하고 연구개발을 게을리 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었다가는 제약산업 전체가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던 것”이라며 약가인하가 크게 보면 위기 속의 제약산업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통해 신약개발 등의 노력 대신에 제품 판매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진 장관은 “앞으로 혁신적 제약기업을 선정해 R&D 지원이나 여러 가지 금융세제 지원을 할 계획을 갖고 있어 구체적 실행방안 등에 대해서도 제약계의 건의사항을 충분히 수용할 계획”이라면서도 “이참에 옥석을 가려서 될성부른 기업들에 대해선 글로벌 제약사로 키워야지, 안주하게 만들어선 미래가 없고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영업에 치중하는 제약회사보다는 R&D에 투자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제약회사에게는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경호 제약협회장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놔”
제약협회는 이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강경대응을 천명했다.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다음날인 18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동안 정부정책에 순응해왔는데 정부 조치는 너무 충격적이고 가혹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인다”며 제약업계의 반발이 정부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복지부에서 지적하고 있는 약값에 포함된 리베이트 금액에 대해서도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하는 회사들이 있다고 해서 이것을 전 제약사에 일반화해가지고 약가인하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말했다.
이 회장은 “이 조치(약가인하)로 인해서 기업들이 한 500억 원에서 1000억 원 가까이 매출 삭감이 발생한다. 그러면 가장 먼저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은 R&D 투자를 못하는 되는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인하와 R&D 투자 확대는 현재 상태로는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제약업계에서는 전체 13조 원가량에 달하는 매출에서 예상되는 적자폭인 3조 원 중 1조 원 정도는 감당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런 큰 폭의 충격이 가해지는 정책을 장관고시로 한다는 것은 소위 장관재량권의 심각한 일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제약협회는 지난 17일 이사장단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는데 그 결과 “법적 대응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발표해 이 문제가 법정 공방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