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엔텍 인수전 막전막후

LG 구본준 vs GS 허명수, 자존심 걸린 첫 대결 그 끝은?

2011-08-16     김나영 기자
[김나영 기자] LG그룹(회장 구본무)과 GS그룹(회장 허창수)이 각각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부회장 구본준)와 GS건설(사장 허명수)을 내세워 동시에 대우엔텍 인수 출사표를 던졌고 곧 승자가 결정된다. 그동안 LG와 GS는 2005년 분리 이후에도 동종업계 진출을 최대한 피하며 서로 협력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현재 대우엔텍은 양사 모두에게 있어 전략상 필요하기에 눈앞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보기 드물게 사이좋은 동업으로 평가받던 구씨-허씨 가(家)로서는 이번 대립으로 재계의 이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연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구일지, 구씨와 허씨 집안의 명예가 걸린 또 다른 라운드는 언제 시작될지 그 행보를 살펴본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허명수 GS건설 사장의 자존심이 걸린 대우엔텍 인수전이 끝나간다.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LG전자가 GS건설을 제치고 대우엔텍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실상 선정됐다. 이달 초 진행된 본입찰에서 제시된 인수가격은 LG전자가 600억 원 초반, GS건설이 500억 원 중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은 매각주간사인 삼성증권과 산업은행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 통보가 이뤄지면 추가 실사를 거치더라도 계약 체결까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여러 입찰자 중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1차로 선정된 대상자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배타적 협상 기간 동안 우선적으로 매각을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따라서 우선협상대상자와 최종낙찰자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대우엔텍 매각 건은 LG와 GS 모두 심혈을 기울였던 만큼 양자가 일치하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대우엔텍 관계자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는 최종적으로 결정난 것이 아니며 이른 시일 내로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LG전자가 대우엔텍 인수자로 확정될 것이라는 추측 속에서 양측은 상반된 분위기를 띠고 있다. 이번 대우엔텍 인수전은 LG그룹의 구씨 일가와 GS그룹의 허씨 일가의 첫 정면 대결이기 때문이다.


LG와 GS의 맞대결, 대우엔텍 인수전이 첫 신호탄 되나

1947년 LG의 전신인 락히화학공업사 창업 이래로 57년 간 한 기업에 몸담았던 두 집안이 바로 구씨 일가와 허씨 일가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하나였던 LG를 2005년 경영권 분할 및 지분 정리 후 각각 LG그룹, GS그룹으로 갈라서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LG는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부문을 특화했고 GS는 에너지, 유통 부문을 특화했다.

분할 후 양사는 상대방의 주력 분야에 손대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불가침조약을 맺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우엔텍 인수전을 기점으로 양측의 상호존중이 깨졌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대우엔텍은 수(水)처리 운영 및 관리 전문 업체로 수자원 개발 및 하수, 폐수 처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당시 매각과 관련해 여러 대기업들이 대우엔텍에 눈독을 들였는데 LG와 GS도 그중 하나였다. 양측 모두 신사업 발굴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힘을 쏟던 차에 수처리라는 매력적인 분야와 업계 3위 대우엔텍이라는 매물을 두고 군침 흘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맞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LG와 GS는 그룹의 대표격인 LG전자와 GS건설을 내세워 오너의 자존심을 걸고 불꽃 튀는 인수전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알려진 바와 같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둘째 동생이며,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셋째 동생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지난 2010년 10월 매출 감소 및 실적 저하로 인해 전문경영체제에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하는 뼈아픈 변화를 겪었다.

전문경영체제의 경우 오너 일가는 한 핏줄이 아닌 전문경영인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권력을 분산시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너경영체제의 경우 오너 일가는 같은 핏줄인 오너경영인에게 크게 힘을 실어 주고 권력을 집중시키는 구조를 만든다.

때문에 LG전자로서는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은 구본준 부회장의 성과가 곧 오너경영 성적표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번 대우엔텍 매각에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편 GS건설은 현재 스페인 건설사 OHL그룹의 계열사이며 세계 10위권 수처리 업체인 이니마(Inima) 인수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최근 불어닥친 미국 및 유럽발 금융 쇼크로 인해 긴축해야 할 이 때에 GS건설이 대우엔텍과 이니마 모두를 인수하는 것은 무리라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존재한다. GS건설이 쓴 대우엔텍의 입찰가는 앞서 언급한 500억 원 중반, 이니마의 입찰가는 3000억 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수 시 대금 지급 시기는 각각 다음 달과 12월이다.

장기간 동업 관계를 형성했던 두 오너 일가가 이번 대우엔텍 인수전을 계기로 하여 앞으로 치열한 영역 다툼과 제2, 제3의 인수 전쟁을 어떻게 벌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nyki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