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위기 속 M&A ‘적신호’ 켜져
M&A 승자 CJ, 저주에 떨고 있나
2011-08-16 김나영 기자
[김나영 기자] 금융시장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전 세계의 M&A 시장은 1997년 800억 달러 수준에서 2007년 5000억 달러 수준으로 6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지만 2009년에는 다시 81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국내 M&A 시장도 마찬가지다. 1997년 2조 원 미만에서 2000년 40조 원 수준으로 3년 만에 20배라는 폭발적인 수치 증가를 보였지만 2009년에는 15조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1997년 IMF 사태로 불리는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부도 및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대표되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출렁이는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불길한 곡선이 올해도 찾아와 M&A를 성사시켰거나 앞둔 기업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삼성-포스코 연합을 이겨낸 CJ그룹(회장 이재현)으로서는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현재 미국 및 유럽발 금융쇼크는 2008년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희망적인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채무가 한계점에 달하며 디폴트(Default, 채무상환 불이행)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켜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과, 그리스를 시발점으로 한 재정건전성 문제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체의 재정 위기와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벌써부터 M&A 시장은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쇼크는 자유롭게 이동하던 자금들이 한 순간에 막히는 신용경색의 불씨가 된다. 금융쇼크가 일어나면 금융기관들은 즉시 신규 대출의 제한과 기존 대출의 회수로 자금 확보를 우선시하고, 기업들은 금융기관에서의 자금조달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유동성의 부족으로 최악의 경우 부도를 맞게 된다. 때문에 기업들은 기업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거나 채무 이행이 어려워지기 전에 자산을 매각해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 채무상환 불이행으로 비자발적 사업매각의 아픔을 겪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런 연유로 쏟아지는 매물의 수가 증가하면 M&A 시장이 팽창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 당장 현금을 손에 쥔 인수자가 없기 때문에 매물들은 표류하며 한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한 금융쇼크 이전에 진행중이던 M&A 건까지도 기업 내부의 긴축 재정 등으로 중도에 인수를 포기하는 사태가 속속 일어난다. 다소 현금 여유가 있는 기업들마저도 전반적의 분위기 때문에 공포에 휩싸여 현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도통 매수를 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위기 직후에는 M&A 시장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이다.
현재 국내 M&A 시장의 빅딜 매물은 대한통운, 하이닉스, 대우조선해양, 우리금융지주, 외환은행 등이다. 실례로 대한통운의 경우 인수전에서 삼성-포스코에 승리한 CJ는 웃다가 울상이다. 이재현 CJ 회장에게 금융쇼크로 인한 ‘승자의 저주’가 내리고 있다는 업계의 시각도 있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통운 본입찰 당시 CJ가 제시한 인수가는 주당 21만5000원이다. 하지만 10일 종가 기준 대한통운의 주가는 7만5500원에 불과하다. 반토막도 아닌 3분의 1 토막이 난 대한통운의 주가에 CJ가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한 CJ는 지난달 15일 대한통운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인수가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200억 원 가량도 이미 지불을 완료했다. 폭락장의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받아 쥔 CJ는 뒤늦게 인수가를 조정하고 싶어하나 계약상 가격 조정폭은 3% 이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CJ가 M&A 시장 급속냉각의 피해는 물론 승자의 저주까지 함께 받을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nyki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