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얼굴, 삼성전자 실적의 진실
경기침체기에 어디로 가야하나
2011-08-08 이진우 기자
지난해 삼성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등에 힘입은 경기호황과 MB정부가 장려한 고환율 및 수출 대기업 위주의 정책 등에 편승해 창립 이래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연초부터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수출기업의 환율 마지노선을 위협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주력 사업의 업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역시 삼성전자의 실적부진은 이미 시장에서 예상되던 터였다. 다만 시장 예상치에서 어느 정도 갭이 발생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지난 2일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3조7500억 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 수준은 유지했다”면서 “반도체부문이 1조7900억 원, 통신부문이 1조6700억 원을 기록해 셋트 부문은 선전했지만 부품 부문은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송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스마트폰 부문의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반도체 부문의 수익성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특히 3분기 D램 가격의 하락폭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는 유럽 지역 재정불안 등 글로벌 경기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수요 부진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하반기 실적 더욱 부진할 듯
지난주 초 미국은 디폴트 위기를 극적으로 타개한 직후 불거진 더블딥 우려로 주식시장이 폭락했다. 국내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해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향후 미국의 긴축으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하락폭은 더욱 컸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재정위기에 직면한 국가들의 긴축재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성장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중국 또한 고도성장에 따른 물가상승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축모드로 급선회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분석해 보면 하반기 실적 전망은 더욱 부진할 듯하다.
반도체의 경우 하반기에 D램 가격의 큰 폭 하락이 예상되고 수요부진이 지속돼 수익성은 더욱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 또한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요부진과 가격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LCD패널 분야의 업황이 지속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TV패널의 수요 약세 및 가격 하락 요인이 존재해 계속적인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신 부문에서는 스마트폰의 판매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경쟁사인 애플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경우에는 국내외 시장에서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앞으로 LTE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3G망 업그레이드 확대 등 수요 증가 요인은 기대해 볼 만하다.
디지털미디어&어플라이언스(DM&A) 부문에서는 2분기에 경기회복 둔화와 비수기 등이 겹쳐 수요가 정체되었으나, TV사업의 실적향상과 생활가전 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통해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반기 경기침체가 본격화되어 수요가 위축되면 매출 및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이달 들어 갑작스레 대두된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발 재정위기가 현실화 되면 경기에 민감한 사업군으로 구성된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은 매우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여건이 예상되지만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와 프리미엄 제품 판매확대를 통해 시장을 선도해 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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