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경영권 향배 막전막후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흔들린다

2011-08-08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이 곤혹스럽다. 2007년 말 취임 후 3년 간은 부동산 경기 침체를 맞아 매출 성장률이 둔화됐고, 지난해에는 무려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악의 경영실적을 남겼다. 또한 올 초에는 연임에 얽힌 온갖 구설수에 시달렸다. 연임에 성공하자 일각에서는 서 사장이 MB와 고대 동문인데다 TK 및 이상득 계 인맥으로 분류돼 정권 실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에 발표된 2011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는 작년보다 두 계단 하락한 6위로 ‘빅5’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더욱이 일부 정치권에서는 서 사장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으며 이미 서 사장의 대항마를 점찍어 놓고 밀어주고 있다는 풍문도 들려온다. [일요서울]이 대우건설 안팎에서 파다하게 퍼져 있는 서 사장 흔들기의 진실을 추적해봤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8일 전국 1만839개 종합건설업체, 4만3660개 전문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2011년도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발표했다. 현대건설이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삼성물산과 GS건설도 각각 지난해와 같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한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발표 이후에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건설사들이 많았던 터라 전반적으로 순위 변동이 많았던 것이 특징이다. 또 10위권 내에서는 지난해 4위의 대우건설과 6위의 포스코건설이 서로 자리를 바꿨다.

대우건설로서는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건설업체에 대한 시공능력평가제도는 국토부와 대한건설협회가 최근 3년 간의 건설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7월 말 발표한다. 또한 이 순위는 공사수주에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되므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평가순위를 올리기 위해 로비 전담부서를 가동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2011년 평가순위 결과에 대해 “시공능력평가제도는 평가기준 자체가 매년 바뀌고 이를 자사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로비를 많이 한다”며 “과거에는 임원급이 이 업무를 담당했으나 지금은 이 제도에 대한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자료제공을 위한 직원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금호 관련 부실과 주택사업 등에서 발생한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인한 대규모 경영손실이 순위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의 흔들기 계속되나

서 사장은 건설업계에서는 실세로 통한다.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으로 정·재계에 걸쳐 탄탄한 인맥도 자랑한다. 특히 현 정권 하에서는 문경출신으로 TK와 이상득 계의 인물로 분류돼, 재임기간 동안 뚜렷한 경영성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올 초에 다시 연임되어 3년 간의 임기를 보장받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서 사장이 TK와 이상득 계 인맥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과거에 언론에서 (서 사장이) 상주출신이라고 보도한 부분에서 오해가 비롯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에는 일부 정치권에서 서 사장의 연임을 방해했다는 풍문이 나온다. 게다가 회사 내부에 서 사장 대항마를 내세워 끊임없이 서 사장 흔들기에 주력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말 서 사장 ‘연임설’이 대두될 때는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에서도 서 사장의 연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조배숙 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국민의 세금으로 인수한 대우건설의 경영실적 악화는 서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재선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서 사장이 고려대, TK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딴지’를 걸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경영악화의 주된 원인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실패에서 비롯된 부실을 회사가 안게 된 것을 지난해 일시에 손실로 떨어내면서 발생한 것”이라며 “올해 들어 업계 최대의 수주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상반기에 2분기 연속 흑자로 전환해 2년 후엔 시공능력 평가순위가 2~3위권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서 사장 대항마로 이준하 주택사업본부장 전무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는 주택사업본부가 대우건설의 주력 사업본부이며, 주택사업 분야에서는 대우건설이 업계 1위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한 듯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는 민감한 사안이다. 서 사장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며, 이 본부장의 경우 아직 젊어서 차기 후보군으로 거론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 “정치권 일부에서 일어나는 서 사장 흔들기를 내부문제로 연결 짓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산업은행의 지배권 하에 있는 한, 대우건설 사장직에 대한 정치권의 힘겨루기 및 서 사장 흔들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MB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차기 대우건설 호를 이끌 선장에 대한 관심 또한 업계의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voreolee@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