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국민 안 본다’ 여론 눈총

박카스 갖고 정부냐 약사냐 눈치 보기

2011-07-26     이범희 기자
[이범희 기자]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고민이 깊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동아제약의 대표상품인 ‘박카스’를 의약외품으로 전환했지만 당장 슈퍼마켓 배급이 어렵다. 약사회의 반발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두 차례 약사회와 유사한 일로 부딪친 바 있어 강 회장으로서는 쉽게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연일 슈퍼마켓 판매를 종용하고,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동아제약의 광고도 변경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동종업계 복수관계자들은 “박카스의 슈퍼마켓 진출은 강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지만 정치권과 약사회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 회장의 결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지난 21일 공포·시행했다. 이에 따라 박카스 등 48개 품목에 대한 슈퍼마켓 판매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앞서 복지부는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를 위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액상소화제·정장제·외용제 중 일부 품목을 의약외품으로 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상 거론된 해당 제약사들은 대체로 슈퍼마켓 판매를 유보하고 있어 정부의 방침과는 어긋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의약외품 전환·슈퍼마켓 판매 논의를 통해 가장 많이 거론됐던 박카스를 생산하는 동아제약 측은 물량 부족으로 당장 슈퍼판매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종업계는 물량부족보다는 약사회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낸다.

이는 동아제약의 박카스가 과거 비타500에 밀려 고전하던 2004년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에 의약외품 제조품으로 신고서를 제출하려다 실패한 바 있기 때문. 당시 동아제약은 ‘박카스’에 카페인을 빼 일반음료로 만들 테니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을 식약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져 약사회의 반발을 샀고, 일부 국회의원들이 강 회장을 찾아와 성토하는 바람에 동아제약이 자진 철회했다.

이에 앞선 ‘1992년의 악몽 재현’도 강 회장으로서는 부담이다. 서울의대 출신인 강 회장은 1992년 대한의사협회 행사에 참가해 의사들을 치켜세우는 발언으로 약사들의 분노를 샀다. 당시 동아제약 박카스 매출은 50% 대에 육박했지만, 이 사태로 약사회가 불매 운동을 벌여 박카스의 매출이 반토막 나는 설움을 겪었다.

게다가 이번 조치에 대해 계속 결정을 미루면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여 내년 대권도 심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재계인사는 “박카스의 상징성이 대권을 앞둔 시점에서 쟁점화될 우려가 있어 강 회장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라고 귀띔한다.


제약사의 잘못된 관행 철퇴

일각에선 이번 조치 이면에는 리베이트 관행 등 그동안 제약사―약사―의사 간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철퇴 행위도 숨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제약사―의사―약사 간의 검은 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지속됨에 따른 조치라는 지적이다.

동아제약 홍보실은 “천안 공장의 박카스 최대 생산량이 연간 3억6000만 병이며, 현재 판매량은 3억5000만 병이다. 현실적으로 약국 이외 유통채널에 박카스를 공급할 여력이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지금까지는 “약국에서만 판다는 장점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야말로 단순한 물품 부족의 문제일 뿐 정치권과 약사회의 눈치 보기는 아니라는 것.

한편, 일부 국민들은 동아제약에게 섭섭함을 드러낸다. 강 회장이 정치권과 약사회의 눈치를 보면서 서민물가는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 시민은 “의약외품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제품을 일컫는다 들었다. 약국이 일찍 문을 닫아 불편해 슈퍼마켓 구입을 희망하는 것”이라며 “서민들을 위한 정책인만큼 하루빨리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