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조선호텔 공사비는 회원들이, 이득은 누가?

웨스틴조선호텔 리모델링 뒷이야기

2011-07-26     김나영 기자
[김나영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특급호텔인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하 조선호텔)이 지난 5월 18일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태어났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조선호텔 피트니스 클럽의 일부 회원들이 “조선호텔 보수공사에 따른 추가비용 납부와 무관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조선호텔을 상대로 낸 방해금지 가처분에서 “(회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며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외에도 채무부존재 확인 등 관련 민사 소송들이 진행 중이다. 과연 조선호텔 리모델링 전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내막을 [일요서울]이 알아본다.

갈등의 시작은 조선호텔 리모델링이다. 조선호텔의 클럽 멤버십 종류는 모두 5가지로 그중 하나가 시티 애슬레틱 클럽(이하 클럽)이다. 이 피트니스 클럽은 1994년에 개관했고 체련장, 수영장, 사우나, 에어로빅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됐다. 총 회원 수는 660명으로 기존 회원의 입회비는 2500만 원, 연간 회비는 240만 원 선에 이르렀다.

조선호텔은 지난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계획을 발표했고 여기에는 클럽도 포함됐다. 조선호텔 측에 따르면 조선호텔은 리모델링 전 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리모델링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 참석을 장려하는 우편물도 발송했다. 조선호텔은 이를 근거로 리모델링에 대해 클럽 회원들과 사전에 상의했고 리모델링 분담금 공시도 제대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클럽 회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660명의 클럽 회원 중 250명이 리모델링에 대한 호텔 측 태도에 불만을 가졌고 실제 소송에 참여한 것은 100여 명 안팎이다. 현재 소송 중인 한 회원은 “조선호텔이 클럽 회원들에게 충분한 설명이나 근거 제시가 부족한 채로 리모델링을 강행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출처가 불분명한 990만 원의 리모델링 비용 분담금을 제시했고 납부 거부 시 강제로 입장을 금지시켰다”고 성토했다.

조선호텔이 리모델링 설명회를 개최했고 우편물을 발송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설명회는 지난해 12월 9일에 열렸고 리모델링은 올해 1월 1일에 시작해 5월 1일에 끝마칠 예정이었다. 결국 조선호텔은 한 달이 채 못 되는 시점에 와서야 리모델링 관계로 4개월 간 클럽을 이용할 수 없다고 회원들에게 통보한 셈이다.

또한 설명회에 참석한 한 회원은 “설명회는 저녁식사 시간인 6시에 열렸고 프리젠테이션임에도 공식적인 자료 배부가 없었다”며 “슬라이드 상의 설명 역시 110억 원의 클럽 리모델링 비용 산출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공사는 신세계건설로 조선호텔과 함께 신세계그룹에 속해 있어 전체 400억 원 가량의 리모델링 비용 산출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조선호텔 측에서 클럽 회원들에게 “리모델링 이후 신규 입회비를 5000만 원으로 책정할 예정이니 기존 회원들은 현 입회비인 2500만 원에서 추가로 990만 원을 더 납입해야 한다”고 제시한 것이다. 조선호텔이 당장의 공사비를 모두 클럽 회원들에게 전가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 기존 회원 660명 모두가 990만 원을 납부하면 65억 원 가량이다. 나머지 45억 원은 신규 클럽 회원 90명이 인상된 입회비 5000만원을 내면 모두 채워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110억 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비용을 당장 조선호텔 측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회원들과 신규 회원들이 나눠 분담했다가 이후 돌려받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일부 클럽 회원들은 리모델링이 이루어진 후 오히려 전보다 클럽 사용이 불편해졌다고도 말한다. 일례로 실내수영장의 경우 리모델링 이전에는 25m의 규격 풀에 레인로프가 설치돼 수영을 즐길 수 있었으나 리모델링 이후에는 이를 걷어내어 제대로 수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모델링 비용은 클럽 회원이 내는 반면 혜택은 외국인 등 투숙 고객들이 누리고 호텔은 이익만 취한다는 불만이 제기될 만하다.

한편 소송에 참여한 클럽 회원들은 리모델링 후 5일이 지나자 입구에 배치된 가드들에게 분담금 납부 여부를 놓고 클럽 출입을 방해받거나 제지당하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다.

클럽 창립 이래로 17년 동안 회원 자격을 유지한 한 인사는 “합리적인 금액이 정당한 근거로 제시된다면 납부할 용의가 있지만 그렇지 않아서 문제”라며 “현재 클럽 회원들이 화가 난 이유는 일방적인 호텔 리모델링 비용 전가뿐만이 아니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특급호텔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온 회원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호텔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일부 회원들의 불만일 뿐”이며 “리모델링은 고객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인데 그것에 대해 항의하면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nyki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