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 선정의 흑과 백
CJ ‘울상’, 풀무원 ‘환호’이면엔 탁상행정?
2011-07-19 이범희 기자
동반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 이하 동반위)의 대기업 집단 선정 방식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동종업계에서 경쟁을 벌이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 (주)대상 중 CJ제일제당만 대기업 집단에 속해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두부시장과 관련,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풀무원임에도 CJ제일제당만 빠지는 상황이 돼 잘못된 정책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 시장경제 전문가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기업은 사업에서 철수할지 몰라도 준 대기업에 속한 기업이 남아있는 한 서민 규모의 시장경제 회복가능성은 희박하며, 오히려 시장경제의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동반위의 대기업 집단 선정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안을 알아본다.
동반위는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7차 전체회의를 열어 “중기 적합업종 시장 진출에 제약을 받는 대기업은 ‘지난달 1일 기준 소속 회사 자산총액 합계액이 2조 원 이상인 기업’이다”라고 규정했다.
또 근로자 수가 300~1000명인 중견기업은 중소적합업종으로 선정되더라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아니면 역시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55개 기업에 소속된 1571개 사업장이 대기업 집단에 속해 중소적합업종 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진다.
동반위는 그동안 중소기업법과 공정거래법 가운데 대기업 집단에 어떤 법을 기준으로 할지 논의해왔다. 그러나 중소기업법의 잣대로 결정할 경우 대기업 수가 3200여 개사로 너무 많아져 실효성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 공정거래법을 기준으로 삼게 됐다.
곽수근 동반위 중기 적합업종 실무위원장은 “중기기본법을 적용하면 대기업 수가 너무 많아져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며 “실효성을 높이고 중견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에서 대기업 범위를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풀무원은 중소기업법상 대기업으로 분류되지만 공정거래법으로는 대기업 범주에 들지 않아 설령 두부가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되더라도 영업에 큰 지장을 받지 않게 됐다.
반면 CJ는 기업규모가 2조 원을 넘어 대기업으로 분류되어 두부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CJ의 한 관계자는 “국가정책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CJ의 경우 과거 삼성에서 분리된 후 다각적인 사업을 통해 규모를 키운 것이지, 단순 두부 시장만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 아니라는 것.
또한 그는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두부사업에 진출한 것은 불과 5년이 채되지 않는다”며 “기업 매출 규모를 토대로 기준을 선정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억울해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포장 두부시장 점유율은 풀무원이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그 뒤를 CJ와 대상이 따르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직군에 속하지 않는 기업이 더 많은 두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셈.
풀무원의 경우 1984년 두부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는 두부가 ‘중소기업 고유업종’ 품목으로 분류되어 대기업 진입이 불가했다.
더욱이 두부는 시장에서 영세업체에 의해 생산·유통됐고 이따금씩 ‘석회 두부’, ‘화학응고제 두부’ 같은 먹을거리 파동이 터졌지만 풀무원이 조기 안착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에 직원 10여 명에 자본금 3000만원으로 출발한 풀무원은 ‘포장두부’를 선보이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한때 두부시장 점유율이 80%를 넘기도 했다.
2006년 고유 업종 제도가 폐지돼 경쟁사인 CJ제일제당, 대상 등이 두부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풀무원은 꾸준히 5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풀무원의 하루 두부 생산량만 25만 모이며, 미국과 중국에 해외 두부공장 4곳을 가동 중이다. 베트남 등 동남아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탁상행정론 비난 거세
때문에 동반위의 이번 결정이 시장경제를 무시한 행태라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과 만난 두부상인 A 씨는 “CJ제일제당의 발목을 잡았다고 해서 두부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란 전망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소상공인들을 위했다면 좀 더 현실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번 정책을 두고 개선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나 한국경제인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시장경제’와 ‘자율 추진’을 강조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대중소기업이 민간에서 합의를 통해 추진돼야 한다”며 “법제화되는 것은 WTO나 FTA 무역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대기업의 경우 사업을 중소기업에 넘겨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주주의 이해관계 등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어 추가적으로 사업확장을 자제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존하는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