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여름 휴가 모드는 ‘재충전’
바쁘게 일한 회장, 잠시 휴식을 갖다
2011-07-19 산업경제부 기자
인기리에 종영됐던 TV프로그램 중 대기업을 다룬 드라마 속 재벌 총수들의 휴양지 풍경은 다음과 같다.
먼저 드넓은 저택과 안락한 휴양공간에는 수영장이 있거나 넓은 호수가 있다. 물위에는 요트가 떠 있고 도처에는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즐비하다.
아마도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총수들의 모습과 사뭇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총수들의 여름휴가 계획은 일반인들의 휴가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아 주목받는다. 오히려 집에 칩거하며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 총수들이 늘고 있다.
무더위 피해 집에서 경영구상
10일 재계에 따르면 오너나 CEO의 휴가 계획 1위는 ‘자택에서 며칠 쉬며 하반기 경영 구상하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예년처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독서와 경영 구상을 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1년 반 동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을 다한 만큼,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본격적인 그룹 내부 쇄신 방안을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재 삼성 내부에 만연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내부단속 정리와 인사쇄신을 위한 구상에 만연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진다.
구본무 LG 회장은 이달 말이나 8월 초 1주일 간 휴가를 내고 자택에서 하반기 경영 전략과 미래성장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외부로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스타일이고 워낙 독서량이 많은 탓에 이번에도 은둔형 총수의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
내달 초 휴가를 가기로 한 허창수 GS 회장 역시 국내에서 경영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다만 허 회장의 경우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어, 기업구상과 전경련의 미래를 함께 고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강덕수 STX 회장도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올해 사업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 총체적인 점검에 들어간다.
특히 지난 8일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강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시 중장기 발전 계획을 따져보면서 본 입찰 참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TX가 최근 잦은 구설수에 오르고 있어 이에 대한 예방법을 찾을 것으로 알려진다. STX는 그동안 자회사 지분매각 추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STX는 그런 일이 없다고 강조한다.
바쁜 경영 속 잠시 휴식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마트의 동남아 진출과 중국 사업 재조정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어 최근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체적인 여름휴가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일 베트남 현지 기업과 이마트 하노이 1호점 개점 협의를 한 데 이어 다음 달까지 1~2곳을 더 돌아보고 나서 늦여름에나 휴가를 갈 예정이다.
반면, 조양호 한진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념해온 터라 여름휴가는 생각할 여력조차 없었던 데다가 5개월 내 유치위원회를 조직위원회로 재구성하는 과제가 있어 마음껏 쉬지도 못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최태원 SK 회장도 검찰 수사, 하이닉스 인수 문제 등으로 별도 휴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CJ 회장 역시 대한통운 인수 등 이슈도 걸려있어 예년과 다름없이 가족과 함께 집에서 쉬면서 휴가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그룹이 워크아웃 중인데다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과의 고소ㆍ피고소 사건이 진행 중이어서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중공업 이재성 대표와 각 사업본부장은 7월 넷째 주부터 시작되는 휴가에 맞춰 세계 5개 대륙 10여 개 국을 방문해 해외 현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한편 장기간 휴가를 갖는 부러운 기업 오너들도 있다.
NHN 설립자이며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가족과 장기 휴가를 보냈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은 2006년 초 강원도 설악산에 있는 지인의 여관으로 42일간 ‘은둔 휴가’를 다녀왔다.
최근 회사 차원에서 안식년 휴가를 만든 박성수 이랜드 회장도 2000년대 초까지 7년에 한 번씩 안식년 휴가를 쓰면서 중장기 사업을 구상했다.
[산업경제부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