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회장님’무사 할수 있을까
2004-12-28 홍성철·김정욱
‘왕따메일’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00년. 88년 11월 LG전자에 입사한 정국정씨는 96년 11월 부서내 자재구매 비리를 감사실에 고발한 뒤 승진에서 누락되고 메일 수신에서 제외되는 등 직장내에서 왕따를 당하다 2000년 2월 해고됐다. 이후 정씨는 사내에서 유포됐던 이른바 ‘왕따메일’이 증거가 돼 2000년 7월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하지만 당시 LG전자 대표이사였던 구 회장은 정씨가 ‘왕따메일’을 위조해 산재승인을 받았다며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죄 등의 죄명으로 고소하면서 양측의 송사는 시작됐다. 검찰은 2000년 11월 정씨를 왕따메일 위조죄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2003년 6월 무죄판결을 내렸다.무죄판결을 받은 정씨는 즉각 응수에 나섰다. 같은해 10월 구 회장을 무고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던 것.
하지만 구 회장 고소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소극적이었다. 몇차례의 재기수사명령에도 불구하고 2004년 10월 서울남부지검 K검사는 구 회장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이런 와중에 지난 10월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은 왕따메일을 보내 정씨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LG전자 직원 K씨에 대해 징역 4월을 선고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학생이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직장내 왕따메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 판결이후 왕따메일 사건은 또다른 형국을 맞이하고 있다.정씨가 이 사건을 담당한 두 검사를 직권남용죄로 고소하는 동시에 구 회장을 상대로 대검찰청에 재항고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최근 <일요서울>이 단독입수한 재항고장에 따르면 정씨는 LG전자측이 자기를 고소한 것은 산재를 취소하기 위해 누명을 씌운 것이 명백하고 구 회장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고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는 또 “구자홍은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구 회장을 불기소 처분한 검찰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동시에 구 회장이 관여돼 있다는 정황을 재항고장에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다음은 구 회장이 관여돼 있다는 정황을 적시한 재항고장 주요 내용이다. 고소인(정국정)은 99년 7월29일 신라호텔에서 피고소인(구자홍)을 만나 ‘왕따메일’ 원본과 K씨(실형 선고) 진술을 토대로 일부 내용을 삽입해 재작성한 것 등 2가지를 전달했다. 그리하여 피고소인의 지시에 따라 인사기획팀은 조사를 했고, 그후 ‘컴퓨터고객지원실 정국정 대리 탄원서 관련 경과보고서’ 제하의 내용을 99년 8월17일 피고소인에게 보고하자 피고소인은 ‘MM사업본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처리하고 필요시 CU장(구자홍 지칭)/정사장과도 협의합시다’라고 친필로 확인을 했다.99년 9월11일 인사기획팀에서 ‘탄원서 처리건’ 제하의 내용을 피고소인에게 보고하자 피고소인은 ‘사업본부와 OBU의 정대리에 대한 조치후 조직활성화 방안을 추후에 받도록 합시다…’라며 다시 재확인을 했다.
이와같이 피고소인은 99년 8월 및 9월 당시 ‘왕따메일’에 관한 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알고 있으면서 2000년 7월 고소인이 직장 왕따로 산재승인을 받은 것을 기화로 고소인이 ‘왕따메일’을 자작해 산재승인을 받았다며 고소인에 대해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죄명으로 고소했다. 또 LG전자 주주총회(2001년. 2002년)에서 “고소인이 의장님(구자홍)으로부터 ‘왕따메일’ 위조죄로 고소당하여 억울하게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하자 피고소인은 “정국정씨 사건은 H상무한테 얘기해 조만간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는 답변을 했기 때문에 피고소인은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게다가 2000년 7월 당시 피고소인 명의의 고소장 및 고소를 지시한 피고소인의 위임장 나아가 피고소인이 수사를 독촉한 진정서에 날인된 인감도장을 보더라도 피고소인은 당시 ‘왕따메일’ 고소사건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씨는 이러한 재항고장 내용을 바탕으로 “구 회장에 대한 무고혐의는 충분하고 L씨(위조사건 담당자)와 구 회장은 공모공동정범으로 의율하여야 할 것이고, 추가 범죄사실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재항고청은 반드시 재기수사를 명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또 ‘왕따메일’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청 J검사(현 대검찰청 근무)와 구 회장을 불기소 처분한 서울남부지검 K검사를 지난 11월16일 직권남용죄로 고소했다.
정씨는 고소장에서 “구자홍 회장에 대한 무고혐의가 명백한 이유로 당시 고소장 및 진정서에 구자홍의 인감이 찍혀 있었고, 특히 정씨를 고소하라고 지시한 구자홍의 위임장이 붙어 있었다”며 “검사가 죄 없는 약자는 죄인으로 만들고, 죄 있는 재벌주는 무죄로 해 준 대표적인 ‘검찰비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구회장 재항소건과 관련해 LG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구회장이 LG산전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우리(LG전자)측에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고, LG산전 홍보실 관계자는 “이것은 구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 시절부터 끌어오던 문제로 재항소는 검찰이나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적 재벌 일가인 구 회장이 이번 재항소건으로 검찰에 출두하게 될지, 또 4년여를 끌어온 ‘왕따메일’ 사건과 관련한 복잡한 송사건이 어떤식으로 마무리될지 향후 대검찰청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건 피해자 정국정씨 “왕따 인정하고 복직시켜라”
구회장 무고죄·검사 직권 남용 꼭 밝혀질것
- 구자홍 회장을 재항고하고 두 검사까지 고소했는데.▲구 회장은 엄연히 무고죄가 성립되고 두 검사는 직권남용에 해당된다. 이것은 나 개인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아니다. 이렇게 구 회장을 재항고하고 두 검사를 고소하기까지 전문가들에게 많은 법률적 자문을 구했다.
- 법률적 자문을 주로 어디서 구했나.▲법률적 자문을 해준 사람들은 검사출신의 변호사 등 법 전문가들이다. 그 전문가들도 “구 회장은 무고죄, 두 검사는 직권남용이 성립된다”고 인정했다.
- LG측과는 4년이 넘게 싸우고 있는데.▲난 왕따를 당했고 억울하게 해고됐다. 그리고 내가 왕따당한 사실을 법원에서도 인정했고 이로 인해 산업재해 승인도 받았으니 LG측도 왕따시킨 것을 인정하고 나를 복직시켜야 한다.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진실을 밝힐 것이다. 구 회장의 무고죄와 두 검사의 직권남용은 꼭 밝혀질 것이다. 검사측의 제식구 봐주기 수사 등이 우려되긴 하지만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 구 회장이나 두 검사에 대해 ‘혐의없음’결정이 내려진다면.▲두 검사에 대해서는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해 고법 부장판사의 판결을 기다릴 것이다. 구 회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구 회장은 명백히 무고죄가 성립된다. 만약 대검찰청에서도 ‘구 회장 봐주기 수사’로 마무리 되면 대검 담당검사를 고소할 것이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로 이 문제를 가지고 갈 것이다.
- 복직여부에 관해서는.▲내 억울함을 밝혀내고 반드시 복직하고 싶다. 복직하게 되면 과거 내가 당한 일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힘쓸 것이다. 노사갈등 해결을 위한 것에도 주력하겠다.
- 복직문제는 회사측과 어떻게 얘기가 돼가고 있나.▲회사측에서는 복직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복직문제는 구 회장과 직접 얘기해야 할 문제다.
- 직장왕따는 LG전자 외 다른 곳의 사례도 알고 있나.▲LG투자증권에서 근무했던 노모씨의 경우다. 노모씨는 언론에서도 몇 번 보도가 됐다. 노모씨는 직장왕따 스트레스로 자살을 시도했고 지금은 자살시도 후유증으로 장애인이 됐다. 현재는 노모씨의 부모가 작년부터 마산에서 올라와 1년 6개월째 대검찰청, 민주노총, LG계열사 등지에서 1인시위 중이다. 노모씨 어머니가 1인 시위를 하며 LG측과 싸우는 것을 보면 눈물겹다. 노모씨의 경우는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