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앉은 서민

카드 사용 증가, 가계 부채 '둑' 넘치나

2011-07-05     김나영 기자
[김나영 기자] 가계 빚의 증가 속도가 소득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합동으로 지난달 29일 가계부채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책이 모두 예상할 수 있었던 수준에 머물러, 풍전등화와 같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당국의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국가의 부채는 국채를 발행하거나 세수를 통해 충당하여 해결할 수 있다. 기업의 부채는 수익으로 상환하고 불가 시 파산 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가계의 감당할 수 없는 부채는 개인의 삶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는 개인으로 끝나지 않고 기업과 국가의 줄도산을 초래한다.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 주택담보대출이다. 하지만 카드론과 리볼빙의 경우 보다 손쉽게 빚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함께 꼽히고 있다.

신동규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지난 5월 4일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카드사의 과당경쟁”이며 “가계부채 관리가 안 되면 폭탄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1월 뉴스위크에 따르면 아시아 가계부채 가운데 최대 15% 가량이 신용카드 대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카드론, 리볼빙, 선포인트 등의 마케팅 강화로 대출과 가계부채를 늘리고 있다.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연간 1조3000억 원이던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 2010년에는 1월부터 9월까지 불과 9개월 동안 3조1000억 원 규모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알려졌다. 이로 인해 2010년 카드론 잔액은 23조9000억 원으로 2009년에 비해 42.3%가 증가했다.

결국 사상 첫 8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는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대출 프로그램의 책임 역시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가계대출과 관련하여 신용카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상품은 카드론, 리볼빙, 선포인트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총괄팀장은 “카드론은 기본적으로 4등급 이하 고객이 주로 쓰는 서브프라임론인데, 경기가 악화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부실화 될 위험이 크다”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카드론을 위주로 가계 대출 증가율을 상회했다”고 우려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5월 초 '체크카드론'을 선보였지만 과당경쟁 논란이 일자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성원 신한카드 홍보팀 차장은 “전반적인 분위기와 시기가 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접었다”며 “가계부채는 부실 저축은행 등의 책임이 더 크지 않나”, “모든 걸 카드 쪽으로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는 분사 후 대출금의 일부를 미리 갚아주고 이후 카드 이용실적 포인트로 상환하는 ‘금융포인트리’ 선포인트 할인 제도를 최초로 선보였다. 조용수 KB국민카드 홍보팀 과장은 “수수료의 경우 정부 시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인하를 해왔다”며 “금융권에 대한 종합대책이 발표되었지만 세부적인 것은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어디까지 왔나

현재 사상 첫 8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에 관한 전망은 심각하다는 쪽이 우세하다.

무디스는 지난 5월 30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은행권의 주요 신용문제는 이미 높은 수준에서 증가세를 보이는 가계부채”라며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매일경제와의 공동 연구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위험지수(HRI) 시나리오에서 가계부채 위험을 지수로 산출한 결과 2003년 카드사태 당시에 비해 2배 이상 높다”면서 “3대 거시변수인 금리, 성장률, 집값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되면 가계부채 악화 수준이 급격하게 올라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가계부채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부채 규모(원화 기준)는 15% 이상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ykim@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