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국경제 뿌리 살릴 수 있나
한국 경제 흔드는 3대 이슈
2011-06-29 이진우 기자
[이진우 기자] 올해 초 점차 불거지는 물가상승 압력에 시름이 깊어가던 서민들은 지난 1월 14일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소식을 접하고 아연실색했다. 뒤이어 7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고,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한 PF대출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며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퇴출을 막고자 금융당국에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 조사가 이뤄졌고, 금융당국을 포함한 광범위한 비리가 낱낱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정·관계 고위층과의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한 개인의 금융부채와 국가부채(공기업 포함)가 1분기말 기준으로 각 1000조 원, 760조 원을 넘어서는 등 경기침체 시 한국경제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6월 27일에는 민생 현안 등(대학 등록금, 일자리 대책, 추가경정예산, 가계부채, 저축은행 사태, FTA 등 6대 의제)을 주제로 이명박 대통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진행됐다. 이에 [일요서울]이 한국경제 뿌리를 흔들고 있는 3대 이슈에 대해 짚어봤다.
2011년 상반기를 강타한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서민경제를 더욱 옥죄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더욱이 PF대출 부실 문제가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그 내부를 들여다보니 대주주 전횡과 정경유착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6월 21일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수사와 관련, 검찰에 따르면 정관계 고위층의 특혜 인출이나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정보의 사전 누설도 없었고, 1월 25일부터 영업정지 되기 하루 전인 2월 16일 사이에 은행에서 1조1410억 원이라는 거액이 인출됐지만 확인된 불법 인출액은 85억 원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저축은행 비리진상조사단 위원장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같은달 23일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국민을 무시하는 난센스다. 사전인출액이 무려 1조1410억 원인데 어떠한 비리도 없었고, 단 85억 원에 대해서만 문제가 있어 환수조치 하겠다고 하는 한심한 검찰”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해당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신청을 하라고 통보를 한 금감원도 난센스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고위 간부들이 그 정보를 가지고 사전 인출을 한다는 것은 주가조작 내부자거래나 똑같은 것”이라며 “내부 사정을 알고 사전 인출을 한 것은 위법인데, 이번 검찰 수사는 한마디로 봐주기로 또 이렇게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검찰의 수사발표에 대해 “저축은행 비리에 가장 큰 관계자들은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신삼길, 도망쳐버린 브로커 이철수와 캐나다로 도망간 박태규가 잡히지 않고서는 사건의 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인 한나라당 정두언 전 최고위원은 하루 뒤인 24일 라디오에 출연, “국정조사에서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 조사할 것”이라며 “국조특위에서 마련한 국정조사 계획서에 정·관계 로비 의혹 조사도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부실수사를 내놓으니까 납득이 안되는 거다. 원점에서 다시 수사를 해야 한다”며 “우리도 납득이 안되는데 국민이 납득을 하겠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임시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국정조사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며 “7월 한달 내내 활동을 하고 8월초까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채공화국 시한폭탄…‘째각 째각’
또한 지난 6월 20일 한국은행의 ‘1분기중 자금순환동향'에 따르면, 일반정부(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구)의 부채 잔액은 413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8조5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채 발행이 15조9000억 원 증가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또한 공기업의 부채 잔액(지분증권 제외)은 349조8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에 32조1000억 원 늘어났다. 공기업 부채 가운데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말보다 4조8000억 원, 공적금융 대출금과 기업어음이 각각 2조8000억 원, 1조1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는 모두 763조 원으로 석 달 만에 50조 원 이상 폭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개인의 금융부채가 11조7000억 원 늘어난 반면, 정부와 공기업은 나라살림을 흥청망청 하고 있다는 의미여서 향후 재정위기로 인해 한국경제에 또 하나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 크게 우려된다.
‘빚 권하는 정책' 남발로 가계부채가 사실상 10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국가부채마저 석 달 만에 50조 원 이상 늘어나는 폭증세를 보이면서, MB정권 이후 차기정권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의 늪에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점점 농후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MB정권 경제팀은 오직 수출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국민의 혈세를 환율방어(16조 원)에 쏟아 붓고, 이로 인해 국민들에게 물가폭등과 국가적 부채 급증으로 인한 고통을 이중으로 전가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에서 대출 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빚을 진 가구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과 부동산시장 침체로 집이 팔리지 않는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영수회담 의제, 총선·대선 전략으로 전락?
청와대와 민주당은 영수회담 의제로 대학 등록금, 일자리 대책, 추가경정예산, 가계부채, 저축은행 사태, 한·미 및 한·유럽연합(EU) FTA 등 6가지를 제시했다.
이 중 저축은행 사태는 국회에서 여야가 6월 국회 중에 관련 법안 처리 및 국정조사에 합의했고, 가계부채 문제 역시 여야 모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안을 제시하고 논의하자는 원칙을 강조하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다만, 등록금 인하 문제에서 청와대는 ‘선 대학구조조정-후 장학금’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민주당은 대학구조조정도 병행해야 하지만 등록금 인하와는 별개라는 입장이어서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추가경정예산과 FTA 문제는 정부와 야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반값 등록금의 2학기 실행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절차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FTA 역시 청와대와 정부는 조속한 국회 비준을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당은 당론으로 재재협상을 주장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voreolee@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