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한명숙·김혁규 ‘자천타천’

2004-12-28     이인철 
열린우리당 당권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문희상, 한명숙, 김혁규 의원 등 중진급 정치인들이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각 진영간 합종연횡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독자후보군보다 연대를 통해 확실한 승리를 거두겠다는 속셈이 감춰진 것이다. 현재 당권을 놓고 진행중인 합종연횡은 지역별 각 계파별로 구분된다. 지역별은 크게 영남 vs 호남 연대론으로 갈리는 양상이다. 이같은 구도에는 김혁규 의원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염동연 의원이 중심에 서 있다는 관측이다. 영남권의 대표주자인 김 의원은 현재 영남권과 충청권일대에서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남권에선 노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강철 전특보가 물밑지원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반면 김 전장관의 경우 개혁당 그룹이 중심이 돼 결성된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의 지원을 등에 없고 급부상 중이다. 유시민 의원과 김원웅 의원의 당권도전설도 있지만 참정연은 김 전장관을 당권후보로 내세운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두 주자 모두 확실한 승리를 점칠 수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정청래 의원과 명계남씨가 중심이 돼 결성된 국민참여연대가 급부상하면서 가장 많은 당원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했던 참정연 그룹이 긴장하고 있는 국면이다. 이에 독자적으로 승부를 내기보다 영남권 단일후보를 내세우는 전략적 연대를 구상중인 셈이다.

호남권 연대론 역시 전북 쪽의 정 장관과 전남 쪽의 염 의원이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호남세를 결집시켜 당권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는 호남권의 대표주자인 정 장관은 호남지역에 탄탄한 조직기반을 다지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연대의 한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노 대통령의 측근 염 의원이 최근 당내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염 의원은 자신에 씌워졌던 나라종금사건이 무죄로 확정되자 목소리를 높이며 당내 인사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전직 민주당 당료출신 의원들이 중심이 된 ‘월요회’를 결성해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당권도전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염 의원은 “주변의 권유도 있고 나 자신도 생각이 있다”고 말해 당권도전의사를 내비쳤다.

지역간 연대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는 게 각 계파간의 물밑접촉이다. 특히 ‘천신정 그룹’으로 대표되는 당권파와 김근태 장관을 주축으로 한 재야파의 물밑경쟁속에 문희상 의원과 한명숙 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문 의원의 경우 이광재, 서갑원 의원 등 친노직계그룹의 지원을 받으며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다. 문 의원의 출마는 ‘노심’과 직결돼 있어 당권파와 재야파 모두에게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양진영에서 한명숙 카드가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당 상임중앙위원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당권파 모임인 바른정치실천연구회 소속이지만 여타 계파와도 유연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집권당 최초의 여성당수라는 프리미엄과 함께 대권과 무관한 관리형 당의장으로 적격이라는 분석에서다.

실제 한 의원 카드는 당권파 내부에서 긴밀하게 준비중이며 정 장관 진영에서 적극 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장영달 의원과 임채정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재야파도 한 의원카드는 ‘괜찮은 당 의장 후보’라는 입장이다. 재야파 쪽의 한 관계자는 “한 의원이 나설 경우 환영”이라며 “문 의원의 경우 ‘노심’논란을 낳을 수 있지만 한 의원은 대권과의 연관성도 없고 참신한 이미지와 여성이라는 프리미엄도 있어 당의장후보로 적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당내 각 후보군과 계파간 합종연횡은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들의 치밀한 계산법이 얼마나 표로 반영될지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