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두산인프라코어 납품 비리 의혹

“전투력 깎아 먹는 회사 오명 쓰나”

2011-06-21     이범희 기자
[이범희 기자] 군납비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이 지난 <893호 - 물새는 군화 로비파문 이어 또 군화사업 입찰비리 정황 포착>을 보도한 데 이어 지난 16일 모 일간지도 <‘군인 생명줄’ 낙하산에도 납품 비리> 등을 보도, 그 비리 종류도 다양하다. 군납비리는 국가안보에 큰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비화된다. 그런데 최근 재계에서도 군납비리가 알려지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그것도 군납 업무를 오랫동안 해왔던 업체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회장 박용만)가 그 업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야심작 ‘K2’ 일명 흑표전차가 최첨단의 성능에도 불구하고, 납품단가를 부풀려 국가 예산 70여억 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더욱이 이 전차는 과거에도 구조적인 결함까지 지적된 바 있어 이번 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이미지는 물론 국가안보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10월 1일 오후 3시 강남의 테헤란로가 통제됐다.

건군 60주년 국군의 날을 맞이해 2003년 이후 5년 만의 시가행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이윽고 4시가 지나자 기갑부대가 지축을 울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장비들이 지나가고 ‘흑표’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K2’ 신형전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은 K2 전차가 대중에게 최초로 공개된 날이었다.

K2전차의 가장 큰 특징은 시제품 당시는 독일 MTU사의 ‘MB-883 ka500 유러파워팩’을 탑재했지만 양산형에는 국내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개발한 ‘파워팩 제품’이 탑재되어 터키로의 수출계약이 잡혀있다는 점이다. ‘파워팩’은 야전에서의 빠른 정비를 위해 엔진과 변속기를 하나로 통합한 장비다. 전투 중 엔진이 고장났을 땐 일단 파워팩으로 교체해 전차의 전투력을 유지하고 고장난 파워팩은 나중에 정비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2005년부터 국방예산 31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양산형 K2 흑표전차의 엔진 결함이 계속 발견돼 대량생산이 2013년 이후로 연기됐다.

뿐만 아니라 흑표전차의 엔진을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국가 예산 수십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익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흑표전차 엔진에 써야할 돈을 두산인프라코어가 굴착기 엔진 등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썼고, 다른 엔진을 시험할 때 쓴 기름 값도 흑표전차 엔진 시험에 쓴 것으로 돼 있다. 또 해외 연수중인 직원 10명의 인건비도 허위 청구됐다.

국익위는 지난 5년 동안 이렇게 부당 청구된 국가지원금이 70여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앞으로 2년 뒤에 납품 계약이 이뤄져 납품되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납품 가격을 부풀렸다는 건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내부적으로 서류를 검토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9년에도 해군 고속정 엔진 납품 비리와 국책연구비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에도 예산 80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져 두산계열사 사장이 구속되는 등 8명이 사법 처리된 바 있다. 또한 다른 계열사인 두산DST가 개발한 K-21 장갑차가 침수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두산인프라코어는 흑표전차 외에 고속정 개발 사업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던 전례가 있다”며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전투력 깎아 먹는 회사로 회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두 사건을 결부 짓는 것에 대해)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전혀 문제가 없음을 다시 말하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침묵하는 트위터 스타 박 회장

트위터에서도 이 일로 많은 사람들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성토하고 있다. 일부는 트위터를 통하여 타임라인의 스타로 자리 잡고 있는 박 회장에게 직접 트윗을 보내고 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묵묵부답이다.

모 트위터리안은 “두산그룹 주주들은 전부 죽으라는 건가요? 방금 뉴스에 관련 뉴스 나옵니다. 또 횡령입니까?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라고 지적했다. 다른 트위터리안들 역시 박 회장에게 직접 문제에 대한 답변을 구하는 글들을 써놓았다. 한편 국익위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방위사업청도 감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다.

skycro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