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애전’엔 정말 가입 안했었나
2004-12-16 김정욱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이철우 사건’의 미스터리를 들여다 보았다.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이철우 의원이 지난 92년 북한 노동당에 입당해 당원부호 ‘대둔산 820호’를 부여 받고 지금까지 암약하고 있다”고 현역의원 간첩사건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오늘 신문을 통해 이 의원이 간첩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됐다”고 간첩사건 공세를 폈다. 열린우리당은 이런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민형사상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한나라당의 주장에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국회의 현역의원 간첩 공방의 골자를 이루고있는 지난 92년 ‘중부지역당’사건은 전국 조직원 300여명의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었다.
당시 안기부 발표에 따르면 남한 조선노동당은 간첩 이선실씨가 황인오씨를 포섭해 서울, 인천 등 전국 24개 주요도시의 46개 기업 및 단체 등 각계각층으로 구성된 300여명의 조직원을 확보, 비합법 지하조직으로 소개됐다.이 중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강원도당’은 이철우 의원이 연루된 도 당 위원회중의 하나다.이 의원은 중부지역당 사건으로 기소됐으나 공판과정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으며 ‘민족해방애국전선(민애전)’이라는 반국가단체에 가입했다는 점만 인정됐다. 이 의원은 민애전 가입으로 인해 4년의 실형을 살았다.이런 이철우 의원의 사건에 대해서 몇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1 1심 판결문
1심 판결문은 한나라당 측이 제공했다. 재판기록에 의하면 이 의원은 민애전이란 반국가단체에 가입했다는 점이 인정돼 형사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1심 판결문은 “이 의원이 민애전을 조선노동당의 대남선전기구인 한민전(한국민족민주전선)의 지하당이라 인식했다”고 밝혔다.그러나 민애전과 중부지역당, 한민전과 중부지역당의 관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반면에 중부지역당 총책인 황인오씨 재판에서 법원은 민애전과 중부지역당과의 관계를 ‘민애전=중부지역당’이라고 인정했다.
의혹2 2심 재판기록 2페이지 누락
열린우리당은 2심 판결문을 공개했다. 한나라당측은 1심판결문과 대법원 판결문, 당시 동아일보가 보도한 사건의 개요 등 수십장에 달하는 자료를 제공한 반면 열린우리당이 제공한 2심 판결문은 8쪽에 달하는 자료였다. 열린우리당 측이 제공한 판결문에서 2쪽이 누락돼 의혹을 샀다. 누락된 2쪽의 자료는 재판부가 이 의원으로부터 조선노동당기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몰수했다는 내용의 자료다.
의혹3 안기부(현국정원) 조작설
민애전 중부지역 책임자이자 이철우 의원을 조직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양홍관씨가 당시 안기부(현국정원)간부였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을 고문했으며 수사결과도 이 같이 고문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양씨는 “안기부의 강요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가입과 당원부호 제출등이 조작됐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며 “형사고소를 하겠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의혹4 민애전 가입의 진실
이 의원측은 “이 의원은‘조국통일애국전선(조애전)’이라는 조직에는 가입했었지만 ‘민애전’에는 가입한 적이 없다”며 “조애전은 북한노동당이나 민애전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운동권 조직이었지만 당시 검찰은 조애전과 민애전을 같은 조직으로 묶어 이 의원을 형사처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 의원은 민애전 입당식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 민애전 가입주장은 재판의 판결문을 근거로 하고 있다”며 “만약 민애전 가입이 사실이 아니라면 당시의 수사기록, 재판 기록, 변호인단의 기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당시 재판에서 이 의원은 민애전에 관한 내용은 주장하지 않았다”며 “이 의원과 비슷한 사례로 기소됐던 한모씨는 자신의 주장을 펴 고법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반면 왜 이 의원은 자신의 주장을 펴지 않았는가”라고 부연했다.이번 이 의원 사건은 색깔논리가 법정논리로 이어지고있다. 이 의원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과 한나라당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치된 가운데 이런 몇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봐야 하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