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난’ 박삼구·찬구 회장, 결국 오늘 대면
부친 故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창업주 제사
2011-06-15 이민정 기자
6월15일은 박 회장 형제의 부친인 故 박인천 전 회장의 제삿날이다. 고인의 첫째, 둘째 아들도 세상을 떠나 셋째 아들인 박삼구 회장이 제사를 챙기고 있다.
박찬구 회장도 이날 저녁 박삼구 회장의 한남동 자택에서 열리는 아버지 제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형제 회장은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27층과 22층을 쓰고 있으면서도 지난해 그룹과 석유화학 계열이 분리경영에 들어간 이후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며 살아왔다. 이런 두 회장이 결국 아버지 제사에서 피할 수 없이 마주하게 된 것이다.
6월15일은 금호家에서 여러 측면에서 의미있는 날이다. 선대 회장의 기일이기도 하면서 지난 2009년 박찬구 회장이 형 박삼구 회장의 그룹 경영방침에 반기를 들고 금호석화에 대한 분리경영 방침을 공식적으로 실행해 옮긴 날이기도 하다.
박찬구 회장은 2008년부터 당시 대우건설· 대한통운에 대한 무리한 인수를 추진한 책임자를 문책하고, 대한통운 매각을 통한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 극복 등을 건의했으나 박삼구 회장은 듣지 않았다.
금호석화에까지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 파급이 미칠까 우려한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결별하기 위해 2009년 초부터 약 4개월에 걸쳐 그룹에서 관리하던 계열사 지분을 타 증권사 계좌로 이동하는 등 계열분리 수순을 밟았다.
이어 명분 등을 고려해 아버지 기일인 2009년 6월15일부터 금호산업 주식을 매도하고 금호석화 주식을 매수하는 등 계열분리의 구체적인 실행에 나섰다.
게다가 최근에는 상대방 비리에 대한 폭로전이 이어지며 현재 형제 사이는 더 이상 나쁠 수 없을 정도로 갈등이 극에 치달은 상태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그룹의 제보로 비자금 조성, 내부자 거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어 검찰 기소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또한 박삼구 회장을 포함한 금호그룹 주요 임원들에 대해 박찬구 회장 측이 사기, 위증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통상 검찰이 고발된 사건에 대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사에 착수하는 만큼 박삼구 회장도 검찰 수사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첨예한 갈등의 빚고 있는 두 형제 사이로 미뤄 아버지 제사에서 고성이 오가지는 않더라도 냉랭한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다. 제사에서 마주쳐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5남3녀 일가가 다 모이는 제사에 박찬구 회장은 시간 맞춰 참석해 제사만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다.
한편 금호석화 비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지난 4월12일 금호석유화학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지난 7일까지 박찬구 회장에 대한 3차례의 검찰 소환조사가 진행됐다.
이후 사건의 중요성, 파급력 등으로 미뤄 불구속·구속 영장 청구여부가 바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마지막 소환조사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영장 청구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자료·증거 불충분으로 박찬구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가 윗선에서 수차례 반려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금호석화 측은 불구속·구속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를 세우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청구자체가 늦어지자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