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코스닥 종가 산출 49분 지연

2011-06-08     이국현·이인준 기자
7일 코스닥시장에서 지수가 평소보다 50여분 늦게 마감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거래소가 2009년 3월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처음이며, 코스닥 시장에서는 두 번째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코스닥지수 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보다 49분 늦게 종가를 내놓았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476.10)보다 3.30포인트(0.69%) 하락한 472.80포인트에 마감했다.

일단 거래소는 종가를 산출하는 데이터베이스(DB)의 전산 오류에 무게를 두면서 외부 개입 및 해킹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정상적으로 장이 종료된 만큼 다음날 코스닥 거래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최근 거래 부진을 겪고 있는 코스닥시장이 전산 오류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진 않을 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거래소 "23개 종목 마감 지연…해킹 아냐"

현재 거래소와 코스콤은 전산 오류에 무게를 두고 원인과 피해규모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박철민 코스콤 시장본부장은 "코스닥시장은 오후 3시에 매매 체결을 완료했지만 1043개 종목 가운데 1개 그룹, 23개 종목의 마감이 지연돼 지수 산출이 지연됐다"며 "코스닥 시장 정규장 마감을 확인한 후 오후 3시49분까지 긴급 조치 및 복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전산 오류에 대해서는 "종가 단일가를 처리한 후 종가지수 산출을 위한 마감작업을 하던 중에 일부 종목의 DB에 락(잠김) 현상이 발생했다"며 "자세한 락 원인은 파악 중에 있다"고 밝혔다.

락 현상이란 소프트웨어가 DB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 프로세스가 종료되기 전까지 다음 프로세스가 처리되지 못하고 대기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개별 종가 마감 처리 프로그램이 완료되지 못해 코스닥 종가 마감 처리 프로그램도 DB 변경을 못하고 기다리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거래소와 코스콤은 DB 관리프로그램인 오라클에 오류가 있는지, DB에 오류가 있는 지 여부를 파악한 뒤 추후 프로그램 개발 업체에 검증 여부를 의뢰할 예정이다.

이날 장애 종목은 경남제약과 다날, 대화제약, 딜리, 세진전자, 아비코전자, 안국약품, 어울림 네트, 오로라, 유니슨 1WR, 유비쿼스, 유일엔시스, 자원, 조광 ILI, 티에스이, 파워로직스, 포비스티앤씨, 한라IMS, 한창산업, 화성, CNH, G러닝, SKC솔믹스 등 23개다.

특히 박 본부장은 해킹 가능성에 대해서는 "디도스 공격과 같은 외부 개입이나 해킹과 관련이 없다"며 "방화벽과 서버 및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접근기록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상적으로 장이 종료됐고, 시장 운영에 문제가 없다"며 "프로세스를 종료시킴으로써 모든 처리가 종료됐기 때문에 내일 운영에 대해 조치를 취할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증권가, 코스닥 투자 심리 위축 우려

이날 증권가에서는 거래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코스닥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감을 드러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전산 장애가 몇개 종목에 한정돼 있고, 마감이 지연된 후에 빨리 발견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금전적인 피해 상황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요즘처럼 시장 분위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사고나 내용들이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시스템상 오류이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심리적인 측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황을 담당하는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거래 대금이 연중 최저를 기록하는 등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전산 장애는 일시적인 해프닝에 그칠 것"이라며 "시스템 리스크라고 보기에는 무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날 코스닥 거래대금이 1조원에 턱걸이를 하는 등 거래 대금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코스닥이 상승장에서 소외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