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일 락앤락 회장, 베트남에서 ‘사과얘기’ 왜 꺼냈나?

“해보기나 했어”…고 정주영 현대회장 존경

2011-06-07     박상권 기자
“사과를 절반으로 자른 후 하나를 우선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두 개가 항상 똑 같은 절반일 수 없다.”

김준일(사진·59) 락앤락 회장이 최근 대기업-중소기업간 상생경영에 내던진 ‘사과론(論)’이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베트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생경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상생경영을 실천하려면 자신의 이익 일부를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기업의 실천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상생경영에 있어서는 경영자의 의지가 시장 영역을 어떻게 넓힐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야 한다”면서 “사과를 양손으로 쪼개, 먼저 하나를 중소기업측이 고를 수 있도록 우선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락앤락도 외주 업체와 업무를 할 경우, 외주업체의 가동률보다 락앤락의 가동률을 절대 더 높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슈가 됐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그는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며 분명한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김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문제는 금전적인 부분으로만 생각하기 보다는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락앤락의 경우 외주업체와 20년 동안 거래를 하고 있는데, 큰 일이 발생할 때 마다 충분한 대화를 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자발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의 밀폐용기 시장 진출 여부에 대해 김 회장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밀폐용기 사업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암묵적인 진입장벽이 있는 사업”이라며 “대기업이 조직력과 자금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또 만약 대기업의 진출로 중소기업(락앤락)이 휘청거린다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시장 수성에 자신을 표했다.

이어 “락앤락의 해외 주재원들은 응집력이 다른 기업들보다 절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라며 “행여나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 등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회장은 해외 출장을 통해 신사업을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1년 중 180일 정도를 해외에서 보내고 현장을 다니다 보면 막혀있던 생각들이 뚫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돌아가신 정주영 현대회장의 ‘의심하면 의심하는 만큼 밖에는 못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장 존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