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재계 리스트 대해부

다음 타깃은? “총수 너다”

2011-05-30     이범희 기자
검찰이 지난 5월 26일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전격 구속하자 재계는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재계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정이 또 다시 예고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재계 서열 10위권 내 그룹은 물론 코스닥기업에 대한 내사가 이미 시작됐고, 몇몇 그룹이 추가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 사정설’을 떠올리면서 “우려가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모 기업 담당자는 “요즘 정문 경비는 ‘상시 대기조’로 불릴 만큼 ‘철통경비’를 하고 있다는 진지한 농담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귀띔했다.

실제 정가는 물론 재계에서는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이라는 4~5개 기업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수 있는 기업들이 주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활발한 인수 합병으로 덩치를 키웠거나 기업 총수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잡음이 많았던 곳이다.

대기업의 자금창구로 알려진 정보기술 분야나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부의 편법증여 의혹이 나오는 회사들도 집중 거론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검찰의 이번 수사 또는 내사작업이 기업 총수 쪽에 집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만큼 대기업들의 충격과 우려도 크다.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대검 중수부가 수사 전면에 나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에 다음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소문의 진위와 검찰의 동향을 파악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실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을 때를 대비해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는 후문도 들린다.


총수비리 조사로 번질까 ‘전전긍긍’

10대 그룹에 속하는 A사의 경우 기업 총수가 역외펀드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검찰의 내사가 상당부분 진행돼 수사 착수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해당 기업엔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해당 기업은 이와 관련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전방위적으로 사태파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내사 대상에 자주 거론됐던 B그룹도 총수의 비리 혐의가 검찰에 포착됐다는 소문과 함께 리스트에 올라있다. 이미 이 기업은 총수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 금감원의 내사가 진행 중이다.

C그룹도 마찬가지다. 그룹 계열사에 물량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숱한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이 문제제기 수준을 넘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때문에 C그룹은 시민단체 움직임을 예의주시중이다.

이외에도 GS, 롯데 등의 계열사들이 잇달아 사정 당국의 압박을 받은데 이어 두산인프라코어는 국세청 세무조사를, 금호석유화학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곤욕을 치렀다.

검찰은 이에 대해 “맞다. 틀리다”는 말은 하고 있진 않으며 ‘비리 있는 곳에 수사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유지하고 있다. 김준규 총장 취임 이후 재계 및 정치권 비리에 대한 첩보활동을 강화해온 것으로만 알려질 뿐이다.

이 때문인지 검찰 수사방향 등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요즘 재계에선 ‘3W'라는 말도 등장했다. 본격적인 사정의 시점이 언제일지(when) 어떤 기업이 대상일지(who) 기업의 어떤 비리(what)가 수사 대상인지가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 MB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옥죄기가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한 재계인사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기업과 정부 간 마찰잡음이 심했다”며 “이번 정권에서도 기업과 정부의 균열조짐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의 대기업 수사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재계의 한 인사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원화 강세 등으로 경제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수사가 길어지고 수사 대상 기업이 확대되면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